2주전, 앞니와 덧니 사이의 치아(22번 치아) 윗부분의 색이 변한걸 확인 했다. 찬물이 닿으면 시린 느낌이 있었고, 그 치아부근의 잇몸에 혀를 대보면 다른 잇몸보다 체온이 낮다는 느낌이 있었다. 아래와 같이 사진을 찍어 교정 관련 카페에 질문을 올렸더니 신경이 죽은 것 같으니 빨리 치과에 가보라는 답변을 받았다. 회사 규정에 연차가 없어 바로 병원에 가보지 못하고 월치료 예약 날짜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치아 색은 사진보다 점점 더 어두워졌다.

치과 의사샘한테 말씀을 드렸더니 역시나 신경이 죽은 것(치수괴사)으로 의심된다고 하였다. 교정 과정 중에 굉장히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이런 일이 왜 나한테ㅠㅠ). 육안상으로 그랬고 기구로 다른 이빨을 건드렸을 때와 별로 차이가 없이 아프진 않은 걸로 보아 신경 몇 개는 살고 몇 개는 죽은 것 같다는 소견.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치아뿌리까지 다 죽어서 염증이 있거나 한 상태는 아니라고 하였다. (의사소견 부분은 내 기억이 온전치는 않음. 워낙 건망증이 심하여...)

그래서 윗니의 철사는 교체하지 못하고 아랫니의 철사만 바꾸고 왔다. 아랫니는 그렇게 변화가 있는지 몰랐는데 (윗니만큼 신경도 안 썼고) 문득 예전 사진을 보니까 한달 사이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한번 철사를 끊어먹기까지 했는데... 언제부턴가 혀로 아랫니를 쫙 훑으면 맨들맨들하게 일자정연한 느낌으로 훑어진다했더니 나도 모르는 새에 치아들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나보다. 전에 치아를 훑었을 때의 느낌은 기억나지 않지만 혀에 가지런하게 와닿는 느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것이다. 게다가 쑥 들어가거거나 옆의 치아와 겹쳐있던 치아는 굉장히 많이 펴졌다. 이전에는 철사가 지그재그로 보였다면 지금은 완만한 곡선이 살짝 있는 일자 느낌?

윗니도 빨리 그런 변화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내 생애 가장 많이 튀어나온 돌출입 상태라 입을 닿고 있는 것보다 살짝 벌리고 있는게 편하고 잘 때도 입을 벌리고 잔다. 보기 흉한건 둘째치고 입안에 바짝 말라서 입안쪽과 교정기가 착 달라붙어서 상처가 많이 난다. 발음이 많이 새서 사람들이 다시 되묻기도 하고 양치할 때나 밥을 먹을 때 살짝 흘리기도.. 이런 상황인데 신경치료까지 받아서 윗니의 펴기 속도가 더욱 더뎌지는 것은 아닌지 살짝 우울하다.


다시 신경치료로 넘어와서..

나는 교정하기 직전과 2년전에 충치치료를 한번씩 했었다. 2년전에는 왼쪽 아래 큰어금니가 많이 썩어서 신경치료 직전까지 갔었다. 의사샘이 신경치료 직전의 상황까지 갔다면서 충치를 제거하고 치아를 파낸 자리에 약을 넣은 후에 일주일동안 지켜보면서 아프면 신경치료를 하고 아프지 않으면 살린다고 했었는데, 다행히도 별다른 느낌없이 아프지 않아서 금을 씌워놨었다(인레이). 교정하기 전에는 그 어금니 바로 앞 어금니를 치료했다. 충치가 보이는 점은 작았는데 파내다보니 깊게 생각보다 깊게 썩었던 것. 우선 레진으로 때우고 살다가 아프면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충치가 심하게 있었음에도 2번이나 신경치료를 피해간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내 앞니는 충치도 없는데 신경치료를 받아야 한다니... 교정샘이 설명해주시기로는, 교정 중에 신경의 생활력이 약해졌거나 어디 부딪혔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거나 그렇기 때문이란다. 정확한 원인은 최면술이라도 받아야 알 수 있을 듯.

아무튼 샘이 근처의 신경치료를 전공한 샘이 있는 치과를 알려주고 진료 의뢰서까지 써줘서 그걸 들고 치과에 가서 신경치료를 받았다. 치아 뿌리쪽으로 마취를 했는데 콧구멍과 가까운 위치이다보니 부어오르면서 왼쪽 콧구멍의 숨이 조금만 쉬어졌다. 킁킁. 그리고 드릴 소리가 나고 뭔가 긁어내는 느낌. 아프지는 않았는데(치아 마취가 참 잘 드는 체질;)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손도 바들바들 떨리고 식은땀도 나고 나도 모르게 으응하는 신음소리가 났다. 샘이 아프냐고 물어봤다. 전혀 안아팠는데 민망스러웠다. 드릴 소리와 잘은 모르겠지만 긁어내는듯한 느낌만 빼면 뭘하고 있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지나갔다.

앞으로 치과에 몇번은 더 내원을 해야 한단다. 지금은 마취가 풀렸고 아프거나 한 건 없다. 찬물이 닿아도 시리지 않다. 이렇게 전혀 느낌이 없다면 신경치료가 생각보다 금방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사샘이 교정중이라 일단 임시 처치를 하고 교정이 끝난 후에 치아색이 나는 재료로 다시 치료를 마무리를 해야한다고 했다.

치과 치료를 받는 것이 의사샘이나 치위생사샘이 힘들지 나는 별로 힘든 일이 아닌데 받고 나면 늘상 혼이 나간 기분이 든다. 기운이 쫙 빠지고 피곤하고 멍해진다. 다음 교정 월치료까지 신경치료가 빨리 끝나서 윗니의 펴기도 빨리 끝나고 당기기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뻐드렁니와 돌출입 생활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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