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매장 수준의 우리집

태어나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꾸며보았습니다. 어릴 때는 집안이 불교라서 결혼 후에는 짐을 늘리는 것이 싫어서 등의 이유로, 이사를 하게 되면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트리 꾸미기 였습니다. 여전히 종교는 기독교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는 모두의 축제잖아요? (찡긋ㅋ)

마침 10월에 이케아에서 크리스마스 제품 이벤트를 진행했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 소품을 3만원 이상 구매하면 트리를 1천원에 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정상가 6만원짜리 트리를 1천원에 구입을 했고 겸사겸사 장식 소품들도 미리 준비해둘 수 있었습니다.

 

11월 첫 주말이 되자마자 트리 만들기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저희가 구입한 트리명은 <FEJKA 페이카>이고 품번은 <203.948.69>입니다. 행사 중인 트리 중 가장 기본적인 트리 모양이고 높이가 180cm로 제법 높은 것이었습니다. 장식품은 판매 중인 제품이 별로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거실이 전체적으로 베이지톤이라 커다란 빨간 볼과 크기가 작은 혹은 골드 컬러의 오너먼트들을 사왔습니다. 지금 이케아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장식용품들이 50~70% 세일 중이네요!

 

줄기가 이렇게 뭉쳐있어서 하나씩 펴줘야 해요.

페이카 트리는 1개의 지지대와 4개로 나뉘어진 트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지대에 차례대로 부분 트리를 갖다 꽂기만 하면 됩니다. 꽂는 순서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 할 수도 있는데 순서가 다르면 안 꽂힙니다.

그리고 처음 제품을 개봉하면, 각각의 부분 트리가 한데 뭉쳐져 있습니다. 그 가지들을 펴줘야 우리가 알고 있는 트리처럼 풍성한 나무 모양이 잡힙니다. 그런데 모든 가지를 다 펴줄 필요는 없습니다. 트리 모양을 보면서적당히, 취향껏 펴면 될 것 같습니다. 가지를 펼 때 맨손으로 하면 솔잎 때문에 은근히 따갑습니다. 꼭 장갑을 끼고 하세요.

 

대강 조립을 끝냈습니다. 가지를 100% 펴진 않았습니다. 처음 가지를 펴기 전에는 너무 앙상해서 잘못 산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얼추 모양을 잡고나니 내가 알고 있는 그 트리가 맞네요.

바닥에 솔잎들이 좀 떨어져있는데 개봉하는 과정에서 떨어진 것들이고 조립과 장식을 완성한 후에는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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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간단해서 쓱 흝어봐도 될 설명서

 

저희가 산 장식은 큰 볼과 작은 오너먼트들인데, 2018년도 제품도 있어서 홈페이지 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있네요. 각각의 장식용품 케이스에는 장식용품을 걸 수 있는 고리가 들어있어서 별도로 구매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의하실 점은, 반짝이가 붙어있는 제품을 그냥 쏟을 경우 바닥이 반짝이 천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치우기 힘듭니다. 며칠 가더라고요.

 

모르고 카페트에 쏟았다가 멘탈 나갈 뻔
손으로 뚝뚝 뗄 수 있어요

먼저 각 제품케이스에 들어있는 걸이들을 장식용품에 걸었습니다. 트리에 매달 때 해도 되는데 한 번에 싹 하고 하니까 한결 편했습니다. 시간도 노력도 그다지 소요되지 않지만 제 손 보이시죠? 온 집안에 빨간 가루와 금색 가루로 파티를 했습니다. 신문지 같은 걸 바닥에 깔고 그 위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일 크기가 큰 볼부터 트리에 걸었습니다. 이것만 있어도 꽤 그럴듯하고 예뻤습니다. 역시 크리스마스는 빨강과 초록이 제맛이 아닐는지! 사실 여기까지는 수월했는데 이제부터 지옥문 노크...

 

큰 볼 사이 사이에 작은 장식들을 걸었습니다. 반짝이 가루 파티를 하더라도 이게 예쁘긴 제일 예쁩니다. 레드와 골드의 조합도 훌륭하고, 집안 분위기나 트리 옆 노란색 암체어와 조화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청록색 장식은 트리색깔에 묻혀서 거의 보이지 않았고요, 버섯 모양 장식도 썩 어울려보이진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렇게 완성이 되었습니다! 멀리서 보면서 장식들 위치는 지금도 계속 바꿔주고 있습니다. 저는 트리가 장식으로 꽉 찬 것을 좋아하는데, 제가 이케아에 갔을 때 장식용품이나 조명이 쓸만한 게 별로 없어서 딱 여기까지만 샀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구입을 하려고 합니다. 이제 슬슬 행사나 기획전이 시작되고 있어서 아주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바닥을 보세요... 만들 때는 좋았는데 이후에 집안 대청소를 하느라 진이 다 빠졌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혼이 다 나갈 정도였어요. 카페트와 실내화, 옷을 포함해 온 집안을 쓸고 닦고 빨고 했는데 반짝이는 아직도 한 번씩 눈에 띕니다. 곰팡이처럼 포자라도 있는 건지.

그래도 사람들이 겨울이 오면 이 맛에 트리를 꾸미는구나 새삼 이해가 됩니다. 대낮에도 트리와 장식들이 햇빛을 받아서 반짝반짝하니 예쁘고, 이제 구슬 조명을 사서 트리를 감아주면 밤에는 더더욱 예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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