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난 평생 해외여행은 한번도 못 갈줄 알았다. 해외여행을 가겠다는 의지도 가고 싶다는 바람도 없었다. 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제주도나 잠깐 다녀오고 말자는 생각이었다. (우결의 쌍추커플의 신혼여행-만화책이나 보다오는-이 나의 이상적인 신혼여행이다)

그런데 어느덧 두번째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작년에 어쩌다 가게됐을 때에도 다음에는 별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또 어쩌다보니 떠나게 된 것. 여행을 앞둔 이틀 전까지도 이런 식으로 일본을 가게 될 줄은 몰랐다며 신기해하곤 했다.

어쨌든 그렇게 2월 설날 연휴에 일본 도쿄 도깨비 여행을 다녀왔다. 명절 성수기라 에어텔 비용이 비쌌던 편이었고(!) 유럽 증시 하락까지 겹쳐 환율이 꽤 높았던 게 흠이지만 일본에서 쓴 돈은 대략 1만엔 안쪽으로, 보고 싶은 것만 딱 보고 왔던 만족감 높은 여행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던 것을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많은 블로그를 통해 적잖이 도움을 받았던 만큼 나도 블로그를 통해 베풀고자 한다. (사진 정보는 부족하다. 블로거로서 내공 부족;)



<아시아나 전세기, 인천공항 >

도깨비여행은 곧 체력싸움이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보내다시피한 다음 출국을 하기 때문에 여행을 떠나는 날에 근무시간을 풀타임으로 채운다거나 체력을 많이 쓰는 무언가를 하는 것은 비추한다. 본인의 경우, 출국 전날은 오전 근무(그나마도 폭설로 인해 지각을...), 출국 당일은 휴무였기 때문에 상당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고 귀국을 하는 날까지도 체력적으로 잘 버틸 수가 있었다(나중에 다른 문제가 생겼지만). 하지만 풀근무를 했던 내 일행들은 지하철을 타는 짬짬이 잠을 청해야했고 어디를 가도 금세 녹초가 되어버렸다.

밤늦은 시간에 인천공항철도를 타고 인천 공항에 도착하면... 거의 문이 닫혀있고 티켓과 바우처 등을 나눠주는 여행사 코너(뭐라 부르는지..;;;)만 북적거린다. 잘 받아다가 해당 게이트 들어가서 보안대에서 심사도 받고 하는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꽤나 시간이 남는데(대략 한 시간?) 면세점도 거의 닫혀있고 할 게 없다. 도깨비여행을 하며 공항 내 면세점을 이용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란걸 처음 알았다. 면세점 인터넷 쇼핑몰 등을 통해 구입해서 물건만 찾아간다든지 하는 방법을 추천하며 잠을 부족하게 잤던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잠을 청해두는 편이 좋겠다. 내가 또 한 번 갈 기회가 생긴다면 돗자리를 들고 가서 좀 누워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타인에 피해가 안 가게 구석에 찌그러져 있을 것이며 타인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는다.

도깨비여행의 비행기는 대개 전세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냥 비행기랑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큰 차이점이라면 기내식이 없고 마일리지도 쌓지 못한다는 것. 기체가 좀 작은 것 같기도 하다.



<생각보다 많이 소박했던 하네다 국제 공항>

인천 공항을 서울, 김포 공항을 위성 도시쯤으로 본다면 하네다 공항은 군,면 정도 된다. 하네다 공항을 가니 인천 공항이 얼마나 화려하고 큰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는 하네다 공항의 국제선에 국한된 얘기다. 전체 규모로 볼 때 그리 작은 편은 아니며 국내선은 국제선보다 훨씬 잘 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하네다공항에서 케이큐센 타고 도쿄 시내로 이동]

*Toei Subway Tokyo Travel One Day Pass: 케이큐센 편도 1회 + 도에이센 1일 무제한 이용 (800엔)

입국심사를 마치고 사람들의 꽁무니를 쫓아가다보면 한결같이 한 버스승강장에 줄을 서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곳이 하네다 공항을 순환하는 무료셔틀버스 승강장이다. 일본에서는 무료셔틀버스를 한자로 연락버스라고 쓴다. 일단 그걸 타고 국내선으로 이동해야 도쿄 시내로 움직일 수 있다. (국제선-국내선1-국내선2-국제선 순환)

국내선 1청사든 2청사든 지하쳘/모노레일 역이 있기 때문에 아무데나 내려도 되긴 하지만 그 한 정거장의 요금 차이는 존재한다. 모노레일로 10엔인가 30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거라도 아끼고 싶다면 잘 따져가며 내리는 것이 좋겠지만 도쿄여행 초보라면 사람들이 우루루 내릴 때 그냥 쫓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선에 내려 지하철 표지판을 따라 조금만 가면 도쿄 모노레일 티켓 발매기가 나온다. 그런데 그 발매기쪽이 오른쪽이라면 왼쪽으로도 길이 나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케이큐센을 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쿄 모노레일을 타려는 것을 보고 많은 갈등을 했다. 일본은 교통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당초 세웠던 계획상 첫날은 도에이센 1일 패스 800엔 짜리를 사는 것으로서 교통비를 아끼려 했기 때문이다. (2주간 교통비 아끼는 법만 검색한 결과 이 방법이 가장 저렴했고 더불어 환승의 이점-추후 설명-까지 있었다) (케이큐센은 도에이센과 역이 같은 반면 도쿄모노레일은 도에이센역까지 5분정도 더 걸어야한다더라...) 그런데 막상 케이큐센을 타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나름 고민을 한 끝에 도전을 감행하기로 결정을 하고 케이큐센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케이큐센 티켓 발매기가 나왔는데 거기서 10분은 헤맸었다. 척하면 척 800엔짜리 티켓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영어로 된 설명도 없고 이것 저것 눌러도 찾는 것은 없고 난감했다. 그런데 여기서 헤매고 나니 이후에 지하철 표를 사고 지하철을 타는 일이 다 쉬워졌다. 감이 빡 온달까.

★ 하네다 공항에서 도에이센 도쿄 트래블 원데이 패스 구입하기

1. 화면 왼쪽에 4번째 버튼인가 그럴거다. 노란색의 Multi-Trip Ticket을 누른다.
2. 그 다음에 터치 화면에 '800엔' 혹은 '도에이센 도쿄 트래블 원데이 패스'라고 풀네임이 적혀있는 박스가 나올 것이다. 둘 중 뭐가 됐든 그걸 누르고 돈 넣고 사면 된다.
3. 표가 3장이 나온다. 일본어를 몰라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영수증, 케이큐센용, 도에이 1일 패스용일 듯 싶다.






표를 구입한 후 뭐를 내야하는지 몰라 개찰구 언니한테 3장을 보여주니 어떤 걸 내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워낙 잠깐 내 손에 있던 표라서 기억에 전혀 남지 않았는데 딱 봐도 이걸 내면 되겠구나 싶긴 했다. 본인처럼 소심한 사람들은 확인사살을 위해 물어보고 행동에 옮겨도 좋다.

계단을 내려가면 좌우에 지하철이 대기하고 있다. 오른쪽 것을 타면 되는데 타기 전에 지하철의 행선지와 급행 여부를 확인하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다가 지하철 한 대를 그냥 보내긴 했다만(ㅋㅋㅋ) 공부가 됐던지라 이후에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도 않았고 일본어를 거의 모름에도 지하철 안내판을 보는 법도 익히게 되어 오히려 다행이라 느꼈다. 뿐만 아니라 놓친 후에 탄 열차가 시오도메행이라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편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급행 지하철이 금세 와서 편안하게 타고 갔다. *시오도메행 급행 열차!!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아주 독특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열차 내에 사람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평생 맡아보지도 못했거니와 냄새의 원인을 도저히 가늠할 수도 없었는데 그게 썩 유쾌한 향은 아니라서 나중에는 머리가 지끈거리기까지 했다. 우리에게 김치, 마늘냄새가 나는 것처럼 일본이라서 그런 냄새가 나는 것으로 결론지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향이 무척 강했던 일본 깻잎과 맥락이 닿아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날은 비가 아주 추적추적 내렸는데 다음날 그런 냄새가 싹 사라진 것으로 보아 습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우리나라도 비 오는 날 버스나 지하철에서 꾸리꾸리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의 지하철은 어딜 가나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환승역이 길지 않다면 배차간격이나 역간 사이가 상당히 짧은 편이라 길어도 웬만한 곳은 20~30분이면 도착한다. 하네다 국내선과 시오도메역 사이도 역이 굉장히 많고 거리가 꽤 길었음에도 30분도 안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급행이라 많은 역을 건너뛰어서 그랬겠지만ㅎㅎ

시오도메역에서 내려 거기서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오오에도센(도에이센)이 온다. 이것이 바로 환승의 이점!! 도쿄모노레일을 탔다면 하마마쓰쵸역에서 다이몬역까지 걸어가야했을텐데 케이큐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시오도메역에서 오오에도선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우리의 첫번째 목적지인 츠키지 시장이 나온다.




츠키지시장(츠키지시죠)역!!
이곳에 들른 목적은 단 하나 "다이와(大和)스시"를 가기 위해서였다. 다이와스시를 다녀온 블로거들이 한결같이 스고이, 오이시이를 외쳤기에 본 여행 중 가장 큰 돈을 투자하여 입과 위를 호강시켜주기로 했다.

다이와스시 가는 법

1. 츠키지시장에서 츠키지시장 출구쪽으로 나오면 길이 하나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간다(표지판 있음).
2. 조금 걷다보면 주유소가 나오는데 주유소를 끼고 쭉 들어가서 삼각지붕의 빌라 같은 건물이 나온다.
그런 유사한 건물이 좀 많이 있는데 비슷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딱 feel이 강하게 오는 건물이 있다. 신기하게도.
3. 그 건물의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 건물 입구쪽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만날지도 모르겠다.
그 줄은 다이와스시 줄이 아니다. 아마도 스시다이(≠다이와스시) 줄일 것이다.
참고로 다이와스시 줄에 서 있는 사람들은 천장 아래에 있고 스시다이 줄에는 천장이 없다.
또한 다이와스시 줄의 사람들은 아예 골목 안쪽, 가게 문앞으로 빽빽하게 서있다.

(더 자세히 나온 길:
http://blog.naver.com/okhoon7/30038056338, 하나 더 있었는데 못 찾겠네염;;)



<츠키지 시장 내 다이와스시에서 나와서 다시 지하철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사진>



이곳이 바로 다이와스시, 아래 사진 딱 봐도 연륜과 경험의 포스가 마구 풍기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다이와스시의 주방장님. 주방장님 외에 5명이 더 스시를 만들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만든 스시를 먹고 싶었지만 할아버지 담당 좌석의 손님들이 갈 생각을 안 했다. ㅠㅠ

새벽 5시 47분에 하네다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이와스시 줄에 섰을 때가 7시가 안 된 시간이었다. 6시 45분쯤? 그런데도 줄이 4겹으로 서 있었다. 대략 75%는 일본인, 5%는 서양인, 20%는 한국인. 한 1시간쯤 기다려서 8시쯤 바에 앉을 수 있었는데, 그것도 다행인게, 우리 뒤로도 사람이 계속 와서 10분만 더 늦게 도착했어도 2시간은 기다렸을 것 같았다. 다이와스시, 웬만하면 첫 코스로 최대한 일찍 가는 것이 좋겠다.

다이와스시 운영 시간: 5:30AM ~ 1:30PM
츠키지시장 쉬는 날: http://www.tsukiji-market.or.jp/etc/calendar/2010.html





차례가 되어 셋팅되어 있는 바에 앉았다.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도마;; 위에 생강이 놓여져있고 고소한 엽차(?), 간장을 덜어놓는 용도로 추정되는 작은 접시, 손수건, 나무젓가락이 놓여있다. 자리에 앉으면 주방장님이 반갑게 인사와 일본말을 건네준다. 알아들을 수 없어 방싯방싯 미소만 지었다. 컵 너머로 보이는 병에는 간장이 있었는데 스시에 간장이 묻어있어서 따로 또 찍어먹을 일은 없었다. 일본말을 잘 한다면 이 스시 구다사이, 저 스시 구다사이 이렇게 주문을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로 세트를 주문했다. 스시 세트 가격은 3,500엔.



먹느라 바빠서 스시 사진은 달랑 이게 전부...;;; 추운 날씨에 오래 기다리느라 배도 고팠거니와 스시가...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었다. "헉! 이 맛은!! 생생한 유년기의 생선살이 입 안에서 헤엄을 치고 있어!!(땡스 투 미스터 초밥왕)"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에도 오래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초밥집이 있다. 처음 그것을 먹어보고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는데 다이와스시의 초밥은 그것의 293배는 맛있었다. 나의 단순한 미각세포들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는 신선함과 부드러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느라 지쳤다는 것. 어떤 일본인 아저씨는 스시 하나를 5분동안 씹으며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던데 난 도마 위에 스시가 얹어지기가 무섭게 우걱우걱...ㅠㅠ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왔건만 나의 행동은 생존을 위한 그 이상도 이하도 안 되었다. 자고로 맛있는 음식은 편안한 분위기 편안한 좌석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쉽다.


어쨌든 배불리 잘 먹고 아사쿠사로 고고싱... 다음편으로(아직 안 썼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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