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준비를 하다보니 짧은 파리 일정에 베르사유 궁전을 포함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의견이 분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다.

베르사유 궁전에 다녀온 입장에서 느낀 점을 적어보자면,


- 궁전 보는 것, 박물관을 좋아한다면 >> 무조건 가야한다. 볼 것이 많다.

- 궁전보다 정원에 관심이 많다면 >> 나무에 잎이 떨어진 겨울은 좀 별로고 따뜻할 때 가면 좋을 것이다.

겨울은 비수기라서인지 정원이 다소 황량하고 일부 조각상들은 커버로 덮어씌여 있다.


일정이 길다면 상관없지만 베르사유는 꼬박 하루는 투자해야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파리에는 베르사유 궁전 외에도 보고 즐길 것이 엄청나게 많다.

어차피 일정이 짧으면 한 번 더 오고 싶어질 것이고 오게 될 터이니

다른 사람의 의견보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베르사유 궁전에 가는 법 중 6호선 지하철과 171번 버스를 타는 방법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 숙소에서는 6호선을 타기 위해 버스를 한 번 더 타야했다.

아침에 날씨가 아주 좋아서 기분이 좋았는데 잠깐만 이러다가 이내 흐려졌다.


아무튼 6호선을 타고 Pont de Sevres역에서 내려 출구로 나오면

버스 환승 센터 같은 정류장이 나오는데 베르사유로 간다고 표시된 곳에서 줄을 서서 버스를 타면 된다.

궁전까지 40분은 족히 걸리니까 웬만하면 앉아서 가는 걸로..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지하철역>





베르사유 궁전이 버스 종착지니까 마음 놓고 가도 된다.

파리 버스들은 이번/다음번 정류장을 표시해줘서 좋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베르사유 궁전이 보인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루이14세 기마상

베르사유 궁전 건축을 지시한 왕


사진마다 코트가 뒤집혀있다. (--)

일찍 간다고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와있다.





궁전 앞은 이렇게 쭉 뻗은 삼거리

이런 세계적인 관광지 주변에 상점 하나 없는 것에 놀라고 또 놀랐다.

넓은 대로에 위치해 있는 것은 학교, 박물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주변 환경도 베르사유 궁전을 더 기품있어 보이게 하는 것 같다.





으리으리한 입구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보안검사

성수기에는 보안검사 줄이 끝도 없던데 어설플 때 가니 이런 건 좋다.





금장식이 번쩍번쩍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 궁전을 떠올리면 정원이 제일 먼저 연상되는데 그것은 궁전 뒤에 있다.





곳곳에 노란색으로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정원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정원으로 나가면 궁전 앞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 모습이 다가 아니다.


저기 앞에는 궁전을 둘러볼 수 있는 열차? 버기카? 같은 것이 있다.

부모님과 함께 왔다면 그냥 이걸 타는 것을 추천한다.

정원이 정말 엄청나게 넓어서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많이 힘이 든다.

걸어서 다 보지도 못할 정도.





조금 더 가면 이런 풍경이 나오고..

마당 넓은 건 둘째 치고 이곳을 둘러싸고 있는 숲도 아주 크다.





동절기라 분수에 물이 없다.

(이래서 겨울에는 굳이 안 와도 된다고 한 것...)

그래도 입이 쩍 벌어질만큼 예술적인 정원이다.





계단을 다 내려와서 또 한참을 내려가면 연못이 있다.

대체 궁전에 크고 작은 연못이 몇 개인지..


그런데 연못 너머에도 거대한 호수가 있다.

사실 호수인지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는데 그냥 천이나 개울 정도는 아니고 수로?

너비는 센느강에 필적할 정도...

정원에 들어갈 때만 해도 끝까지 가봐야지 했지만 끝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마리앙뚜와네트 정원도 있지만 여기까지도 적지 않게 걸었다.

더 갔다가는 엄마아빠 뻗을 것 같았다는...

그래서 이곳에서 발길을 돌렸다.





연못에서 등을 돌려 궁전을 보면 저렇게나 멀리 있다.

와우내...





연못에서 숲으로 들어갔다.

여기도 길이 사방으로 뚫려있어 가기 나름이다.





숲 중간 중간에 연못도 있고.

프랑스 조상님들 대단...

우리나라의 창덕궁 후원은 궁 뒷편의 산에 오솔길을 내고 중간에 필요한 것들을 소박하게 만들어냈다고 하면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은 아예 제로베이스 황무지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낸 느낌이다.


날이 더 좋았다면, 더 따듯해서 파릇파릇했다면

나를 둘러싼 모든 풍경이 더 반짝반짝했을 것이다.





걷다보니 작은 노천 카페가 나와서 들어갔다.

간단하게 점심이나 때우기로 했다.


날이 추웠던 터라 왼쪽 편에 비닐로 천막을 쳐놓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스파게티와 샌드위치, 주류, 음료를 파는 곳이다.


그런데 스파게티 이름들이 낯설다.

그래서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것과 Natural Spaghetti라는 것을 주문했는데

헐ㅋㅋㅋ

내추럴 스파게티는 아무 소스도 들어가있지 않고 면만 있는 것이었다.

어쩐지 주문할 때 너 진짜 이거 맞냐라는 눈빛으로 보더라.ㅋㅋㅋㅋ

여기에 소금과 치즈를 뿌려서 먹었는데 생각외로 맛은 담백하고 고소했다.

오히려 토마토 스파게티보다 훨씬 나았다.

그래도 여기서 스파게티는 먹지 않는 걸로... 맛이 없다.





산골짜기 오두막 같았던 카페





궁전 뒷편


다시 궁전쪽으로 걸어걸어갔다.

이제 내부를 구경하려고..

그런데 궁전 앞에서 아무리 찾아도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때 공사하고 있고 그래서 더 헷갈렸던 것 같다.

나는 궁전을 봤을 때 매표소 입구와 혼돈했는데 가운데 건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입구를 찾으면 된다.

파리 뮤지엄 패스로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그러고보니 런던 패스는 돈 아까웠는데 파리 뮤지엄 패스는 아주 사용했다.


이 아래부터는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베르사유 궁전에는 수많은 방이 있어서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잘못 들어간 매표소에서 한국어 지도를 들고 오기는 했는데

방이 워낙 많다보니 그저 동선을 따라갈 뿐이었다.





궁전 내부 복도

천장이고 벽이고 바닥이고 조각상들까지 놓칠 게 하나도 없다.





베르사유 궁전 조감도

정말 넓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전망대라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궁전 내부에서 본 정원






파리의 여러 곳을 다니며 느낀 건데

인물이든 역사적 순간이든 그림으로 남겨놓은 것이 정말 많았다.

궁전 안에도 이런 그림들이 많이 걸려있어 당시 이곳의 사람들이나 생활상 등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그림이 이렇게 액자화되어 벽에만 걸려있는 게 아니라 천장에도 한가득 그려져있고..

진짜 입이 쩍 벌어지고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베르사유 궁전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유물들이 보존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냥 건물의 구조물이나 흔적만 봤던 과거의 경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당시에 쓰던 샹들리에, 의자, 테이블, 침대, 시계 등이 그 자리 그대로 지척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방 하나 하나의 화려함에 눈이 돌아가다가도 이런 것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설명을 봤더라도 기억하지 모답니다...

그래도 그림을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왕관을 수여하고 있는 걸 보니 왕비나 왕세자비를 맞이하는 것이 아닐는지.

왕이 젊은 것으로 봐서 왕비인 듯?





루이14세 기마상 부조

부조뿐만 아니라 주변의 조각도 어느 하나 놓칠 게 없다.

화려하기는 또 얼마나 화려한 지.





천장에 어떻게 그림을 그릴 수 있던 걸까?

정말 너무 너무 대단하다.






방마다 걸려있는 샹들리에.. 대박...













왕의 침실

침대를 둘러싸고 있는 의자들도 예사롭지 않고..





이곳에는 왕비 마리 레진스키의 초상화도 있다.





이곳은 거울의 방이다. 화려함의 극치.

어느 곳을 가나 사람이 많지만 이곳이 제일 많다.

한쪽 벽면이 거울로 되어 있다.

황금 촛대, 커다란 샹들리에.. 낮에 봐도 이정도인데 밤이 되면 이곳이 얼마나 화려할 지.

누가 뭐라 하든 마음이 스르륵 풀어졌을 것 같다.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것을 묘사한 그림은 어떤 것을 봐도 마음이 좋지 않다.














이번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지만

다음에 오게 된다면 하루를 통째로 내어서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로 설명도 듣고 지도를 자세히 보며 다니고 싶다.

따뜻할 때 정원도 이쁠 때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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