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작년에 경험했던 증세는 이렇다.


의자에 앉아있으면 오른쪽 다리가 저리고, 앉았다가 일어나면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몇 걸음은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오른쪽 다리가 저려서 잠이 들기 어려웠다.


헤드쿠션 같은 것을 다리에 받치면 그나마 좀 나았고, 다리 저림 때문에 자다가도 수시로 깼다.


처음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병원을 찾았어야 했지만 야근과 별일 아닐 거라는 두려움이 발목을 잡았다.


수면까지 방해를 받고 나서야 이제는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는 접고 병원을 다니는 일에만 전념했다.



<진단과 도수치료>


이전에 어깨가 아파서 갔던 정형외과들은 좋지 않은 경험이 있어 동네에 있는 재활의학과를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심한 척추측만에 요추측만까지 있다고 했다.


신경검사까지 함께 받았는데, 일단 신경에는 이상이 없으니 휘어지고 돌아간 척추를 바로잡은 후 경과를 보자고 했다.


그렇게 도수치료가 시작되었다.


도수치료를 받기 전에 10회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길래 그 정도 횟수면 치료가 끝나겠지 했다.


하지만 치료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몇 달동안이나 이어졌다.


도수치료 선생님게 혹시 제가 최장 기록이냐고도 여쭤봤는데 다행히 그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과 종종 면담(?)을 했는데 이렇게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뼈가 쫙 펴지는 건 아니라고 한다.


더 심해지지 않게 잘못된 근육을 풀어주고 제자리로 잡아주고 바르게 강화시켜줄 뿐.


사실 3월 이후에도 계속 치료를 갔어야 했다.


하지만 고속버스를 타야 할 정도로 병원과 먼 곳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큰 일을 치룬 뒤 급격히 몸 상태가 약해져 이후에 다시 병원은 가지 못했다.



<운동>


얼마 지나지 않아, 그동안의 치료가 무색하게도 다리 저림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밤에 자려고 누울 때 다리가 저려와서 또 헤드쿠션을 다리 밑에 대고 있어야 했다.


병원도 병원인데 일단 운동을 해서 등근육을 강화시킬 필요를 느꼈다.


사실 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서 근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마른 비만 체형이다.


고강도는 물론 중강도의 운동도 힘겨운 상황이라 약한 강도로 런닝머신에서 걷기 20~30분, 가끔 자전거 타기 10분, 근력 운동 30분을 했다.


특히 코어를 강화시킬 수 있는 기구 운동은 빼먹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 날부터 다리 저림 증상은 사라졌다.


등근육이 붙어 등에 있는 군살이 정리되는 기쁨도 맛보았고..


다시 도수치료를 받아야 하나 하는 부담감도 접어둘 수 있었다.



<허리 통증>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왼쪽 허리에 불편한 느낌이 전해졌다.


담에 걸린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 근육을 풀어주면 나아지겠지 했다.


분주하게 집안일을 하다 식탁 의자에 10분 정도 앉아있다가 일어났는데, 허리 전체에 큰 통증이 밀려왔다.


서 있어도, 앉아도, 걸어도, 허리를 굽혀도 아팠다.


집 주변에 정형외과가 없는데다 걸을 때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버스를 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택시는 탈 수도 없었다.


근처에 한의원이 있어 급한대로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고 통증은 조금 완화되었다.


내가 병이나 통증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지 한의원에 갔다가 헬스장에 가서 또 걸었다.


이후에 한 번 더 한의원에 갔고, 앉을 때와 허리를 구부릴 때 빼고는 큰 문제가 없어지긴 했다.


(사실 이것 자체가 큰 문제이긴 하다. 1분만 앉아있어도 허리가 뻐근해서 밥을 먹는 것도 불편할 지경이었다.)


어쨌든 호전은 되었으나 어제 느꼈던 통증의 위치 때문에 단순 근육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또, 치료>


아무래도 엑스레이라도 한 번 찍어봐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이 도시의 지리에 대해서는, 살고 있는 이 동네와 요식업체들이 몰려있는 신생 번화가 정도밖에 없다.


당연히 정형외과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어디가 잘하는지도 알 리 만무했다.


무턱대고 포털에 검색해서 마을버스로 갈만한 병원을 찾아갔다.


생각보다 큰 병원 규모에 잠시 고민을 했다가 접수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오랜만에 본 내 척추는 여전히 엄청나게 휘어있었다. 그래도 도수치료를 오래 받아서 그런가 뒤로 휜 것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아무튼 칼에 베일 듯이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의사선생님은 디스크가 터진 것도 아니고 간격도 문제가 없으나,


디스크 변성이 의심이 되긴 하는데 일단 물리치료를 받은 후에 다시 진료를 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 이틀동안 물리치료를 받는 중이다.


물리치료는 찜질팩, 전신을 두드리는 안마기, 전기치료, 초음파치료, 견인치료로 구성되어 있다.


아, 그리고 병원에서 척추에 좋은 운동 몇가지를 가르쳐주었는데 이것도 병행하고 있다.


<경과>


아직도 허리를 구부리면 뻐근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현재 20분째 앉아있는데도 전 같은 통증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불편함이 느껴지므로 본의 아니게 정자세를 하게 된다.


물건을 집을 때도 허리를 굽히지 않고, 걸을 때도 등과 허리를 바짝 세우게 된다.


그래도 일상생활은 해야 하니 가끔은 허리에서 느낌이 올 때가 있는데 이때는 찜질팩으로 지져주면 한결 낫다.


이러고 보니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의 원인은 바르지 못한 자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에는 원인을 몰라 일부 지인들에게는 운동하다 삐끗했다고 했는데 평소 습관이 문제 였던 듯.


어릴 때는 자세가 좋아서 칭찬도 겁나 많이 들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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