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관한 한 불모지에 가까웠던 나와 내 친구들. 그나마 해외파 선수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알고 관심까지 있던 나를, 작년 10월 한일전이 열리던 날 친구 혜*양이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이끌었다. 그것이 나와 축구와의 시작이었다.



이청용 선수를 좋아하던 혜*이는 그가 출전하는 A매치 경기가 있는 날이면 늘 내 것까지 상암 경기장 1층 잘 보이는 자리로 표를 예매하곤 했다. 2011년 6월 3일 세르비아전이 있던 날도 그랬다. 나는 오뉴월 개도 안 걸리는 감기몸살에 걸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관중석에 앉아있다가 반대편 관중석 아래 광고판에 한 이벤트 내용이 흘러가는 것을 보았다. "대표팀 경기 보고 박지성, 이청용 영국 응원가자" 당시에는 6월에 있던 A매치 경기를 모두 관람한 사람만 이벤트 신청 자격이 있는 걸로 착각해서 집에 돌아와서는 그 이벤트에 대해 완전히 잊어버렸다. 나중에 혜*이가 우리가 잘못 알았다고 한 번 응모해보고 했지만, 나는 '어차피 안 될거야~ 그거 다 관계자들 지인이 당첨되고 그러는거 아냐?'하며 손사레를 쳤다.

그럼에도 혜*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벤트 응모 마지막 날, 나와 여러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 넷북과 경기장에서 찍었던 사진을 들고 왔다.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던 그 카페에서 직접 와이브로 1000원을 결제해가며 나를 그 이벤트에 응모시켰다.

 



이벤트 응모 사실을 잊고 지냈을 정도로 난 안 되겠지 기대가 전혀 없이 지내다가, 스팸메일조차 거의 없던 다음메일에 새 메일이 수신되었다는 표시가 떴다. 별생각 없이 메일을 읽으러 들어갔는데, 메일 제목은 바로 눈에 들어왔지만 그 의미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yozm] 대표팀 경기보고 박지성, 이청용 영국 응원가자! 당첨 안내
[yozm] 대표팀 경기보고 박지성, 이청용 영국 응원가자! 당첨 안내
[yozm] 대표팀 경기보고 박지성, 이청용 영국 응원가자! 당첨 안내

메일 제목에 엄연히 "당첨"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메일이 잘못 왔을 수도 있고 하여튼 내가 할 수 있는 나쁜 생각과 의심을 그때 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차분한 마음으로 메일 내용을 꼼꼼히 읽고 메일에 안내된 다음 요즘 블로그에 들어가 당첨자 명단에 내 아이디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 내가 맞구나 확인을 하고 환호성을 1회 지르고 나니 그제서야 친구 혜*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혜*이가 차려놓은 밥과 반찬을 내가 다 집어먹은 격이지 않는가. 그래도 가장 먼저 그녀에게 소식을 알렸더니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껄껄... 

나는 15년지기 친구 덕분에 인생에 다시 없을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평생 혜*이에게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가장 먼저 혜*이를 거두어줄 것이다(ㅋㅋ). 어쨌든 다음 포스트에 너무나 즐겁고 벅찼던 ELP 참관과 영국 여행 이야기를 녹여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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