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는 EPL 관람과 박지성 선수 관련 일정 외에도 리버풀과 런던 관광도 포함되어 있었다. 런던 관광 정도는 포함되어도 리버풀에 가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지도를 보니 맨체스터와 볼튼도 가까이 있고 리버풀도 한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해있었다. 내년이나 내후년쯤 EPL 경기를 보러 가자고 친구와 급 결의를 다졌는데, 셀틱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기성용이 리버풀로 왔으면 정말 좋겠네에... 정말 좋겠눼..........


   리버풀. 안필드, 비틀즈스토리 관광

여행 셋째날. 원래 정해진 일정표대로라면 리버풀의 비틀즈 스토리로 향하는 길이었나, 살짝 노선을 바꿔서 리버풀 경기장에 들르기로 했다. 어차피 지척이라 정말 발도장만 찍고 가는 수준으로. ㅎㅎ 고백하건데, 나는 축구 입문자라서 모르는게 많다. 버스 옆자리에 앉았던 아이가 '언니 우리 안필드로 가는 거예요?'라고 물어봤을 때 사실 안필드가 무엇인지 몰랐다. 눈치껏 안필드가 리버풀 홈구장이구나 때려맞추고는 맞다고 대답을 해주었으나 잠시동안 아니면 어쩌지 노심초사했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재미있다는 말이 있듯, 이 여행에서 듣고 본 것이 많아 축구에 대해 아는 것이 훨씬 많아졌다. 그래서 요새 축구 기사 하나를 보더라도 예전보다 더 관심이 가고 재미있게 읽는 것 같다.


 

1. 이름부터 왠지 소박한 안필드. 안에 들어가보고 싶다.
2. 저 크래커가 내가 생각하는 그 크래커는 아니겠지.
3. 크리스마스 분위기 가득~


때마침 이날은 리버풀 대 맨시티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사비를 들여서라도 이 경기를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티켓이 없다고 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있더니만 티켓도 벌써 다 동이난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만 아쉬워할 틈도 없었으므로 재빨리 리버풀FC 클럽스토어 구경을 했다. 성탄절을 한 달 앞두고 있어서인지 성탄절 관련 상품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은 다 싹쓸어가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산타할아버지 인형도 어찌나 귀엽게 만들었던지. 맨유 메가스토어보다 규모는 작지만 상품력은 훨씬 있어보였다. 그리고 키즈 티셔츠 같은 건 최대 80% 세일도 하고 있었다.


 

1. 비틀즈 스토리 입구
2. 이걸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어 지원은 안 된다.
3. 비틀즈가 사용했던 악기들

 

1. 비틀즈의 연주 모습을 재연해놓은 것
2. 전시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나오는 전세계인의 사진. 이때 왠지 뭉클하고 감동이 좌르르...


20분이 정말 후다닥 지나고 비틀즈 스토리로 이동했다. 새삼 알게 된 건데, 비틀즈가 리버풀에서 결성이 됐다고 한다. 비틀즈 스토리는 비틀즈에 관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는 일종의 전시관이다. 지하에 위치한 입구에 처음 들어갔을 때 요금표를 보고 헉 소리가 났으나 이내 비틀즈 스토리에 흠뻑 빠졌다. 단순한 자료 전시가 아닌 당시의 분위기까지 재연해 놓아 볼거리도 풍부했고 여러가지 즐길 거리가 많았다. 또한 비틀즈 스토리 내 각 섹션이 모두 포토존이다. 다른 관람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에서 멋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가 있다. 충분히 음악을 듣고 설명을 읽지는 못했지만 비틀즈 스토리를 따라 가는 과정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출구에 다달을수록 마음이 울렁이는 뭔가가 있었다.


1. 멋모르고 저 벤치에 앉았다면?
2. 보기만 해도 현기증 나는 검은 물결


비틀즈스토리 관람 후 빵과 커피까지 사먹고 나니(자고로 여행은 먹는 게 남는 것), 다시 모이는 시간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비틀즈 스토리는 바닷가 근처에 위치해 있어 리버풀 바다 한 번 보고 가자는 생각에 무작정 내달렸다. 육중한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바람을 뚫고 바다 근처로 더 가까이 가려고 하니 나보다 훨씬 큰 파도가 밀려왔다. 위험한 이 순간이 어째 지금까지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맨유 메가스토어. 박지성 티셔츠 털기



1. 메가스토어 입구
2. 딱 들어가면 이런 광경이...
3. 계산대도 엄청 많다.


점심을 먹은 후,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로 돌아왔다. 바로 메가스토어 방문을 위해. 한국에서도 맨유 티셔츠를 팔긴 하지만 그래도 온 김에 그냥 갈 수가 없지 않는가. 그리고 이곳에서 산 박지성 마킹 티셔츠로 박지성 선수에게 싸인까지 받을 계획이었다. 맨유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루 방문객이 만 명이 넘어서 들어가기도 힘들다더니 메가스토어는 리버풀 클럽스토어와는 비교도 안 되게 컸다. 티셔츠나 머플러는 물론이고 '이런 것도 팔아?'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구매욕이 생기는 건 아기자기한 리버풀 쪽이 더...ㅎㅎㅎ

마킹되어 있는 티셔츠도 있지만 아담한 여자들은 키즈용이나 여성용 티셔츠를 구입해 따로 마킹을 받았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메가스토어 내에서 마킹을 해주지만 경기가 없는 날에는 경기장 입구 밖에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단다. 마킹된 남자 티셔츠와 여성 티셔츠를 사서 따로 마킹을 하는 것은 한 10파운드 정도 가격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20파운드였나?)





   런던. 런던에 와서 비 한 번은 맞아야지


마지막 날은 런던 관광. 여행 내내 엄청나게 수고를 해주신 가이드님의 영국 왕궁 스토리를 마지막으로 들으며 기대를 잔뜩 했으나!! 이날 런던 교통 체증이 아주 심각했다. 일정표에 나온 문화재들을 보긴 다 봤는데 상당수는 버스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며 본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 가이드님이 이것저것 설명을 많이 해주셨다. 뾰족하게 지은 건 고딕양식이고, 고딕이란 말은 어떻게 유래가 됐으며, 템즈강의 밀물과 썰물에 대해서까지. 그런데 이 나쁜 머리가 그걸 다 못 담아서 10개 중에 8~9개는 까먹은 것 같다. 에휴..


1. 국회의사당과 빅벤. 우리는 강건너편에 좀 멀찍이 있었다. 그곳이 빅벤을 배경으로 찍었을 때 가장 잘 나오는 곳이라고..ㅎㅎ 다음에는 저 안에도 들어가보고 싶은데 되려나? 안 된다면 그 근처라도~~
2. 타워브릿지로 향하고 있었건만 교통체증 때문에 우리가 탄 버스가 우회전을 못했다고 한다. 타워브릿지는 이렇게 다른 다리 위에서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ㅜㅜ


1. 근위병 행진을 보러 아슬아슬하게 버킹엄 궁전 도착. 잔뜩 흐렸던 날씨가 행진의 시작에 맞춰 맑게 개었다가 행진이 끝나자 다시 흐려졌다. 오오 신기...
2. 빨간 코트가 더 멋있을 것 같은데...
3. 버킹엄 궁전. 여왕이 있을 때에는 저 깃발이 올라가지만 부재중에는 영국 국기가 올라간다고....


런던의 부자 동네, 첼시. 여기도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쯤 더 예쁠 것 같다.


1. 대영박물관.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주요 전시품을 관람했다. 대영 박물관까지는 알아보지 않고 갔는데 가이드님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열심히 쫓아다니며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상당수의 전시품이 다 다른 나라에서 뺏어온 것이었다. 심지어 시신까지(미라). 뭐 잘 보존은 하고 있다만은 우리나라도 많이 빼앗긴 입장에서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영국이 우리나라랑 붙어있는 나라였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남아나는게 있었을지...
2. 로제타 스톤.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유물.
3. 수수께끼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람세스 2세의 5세 때 모습? 중학교 때 람세스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 나도 읽었었다. 학원 원장선생님이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는데 그분이 믿고 있는 내용과 아주 상반되는 내용이라 나름 토론을 했던 어릴 적 추억도 떠오르고...ㅎㅎ


1. 대영박물관에서 나와 버스에 오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오긴 했어도 우기답지 않게 여행 내내 비 한방울 맞아보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마구 쏟아지나보다. 트라팔가 광장도 버스 차창밖으로 구경~
2. 여행의 마지막은 선상 파티로 마무리했다. 맥주나 음료수를 한잔씩 하며 여행 소감도 이야기 하고 비를 맞으며 런던의 밤을 배경으로 다함께 사진도 찍었다. (차장님, 비 이벤트 감사합니다ㅋㅋ) 여행의 끝이 늘 그렇듯 이때도 아쉬움과 즐거움이 가득하지 않았나 싶다.


 


   Outro.

처음 이 이벤트에 당첨되었을 때 한편으로 걱정도 들었다. 여행이란게 친한 사람끼리 가도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모르는 사람들끼리 가서 마음이 맞지 않거나 오해를 빚는 일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역시 나는 사서 걱정하는 스타일... 축구를 같이 볼 동지가 늘어났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지금도 다함께 채팅방에 모여 평균 5분에 300개씩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실 나도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동생과 친구 하나뿐이었는데 K리그, EPL, 프리메라리 등등 시공간을 뛰어넘는 축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넘 재미있다. 축구입문자에서 고수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들과 함께 K리그도 보러 가고 싶다.
그리고 영국이 별로 관심을 두던 나라는 아니었는데 내 눈이 번쩍 떠진 기분이다. 이번 여행을 비로소 다음에 영국에 다시 찾았을 때 해야할 일들이 많아져서 좋다. 길지 않은 일정이라 못가본 곳들을 다시 가서 꼭 내 두 발로 밟고 싶고, EPL에서 뛰고 있는 다른 선수들 경기도 꼭 보러 가야겠다.



-1편: http://asnooze.tistory.com/303
-2편: http://asnooze.tistory.com/304
-3편: http://asnooze.tistory.com/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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