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당첨 후 영국으로 출발하기까지는 지난한 기다림이었다. 이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나는 너무나 좋은 여러 기회를 버려야만 했는데 그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싶었고, 여행을 다녀와서 닥쳐올 현실에 두려움이 드는 등 혼란의 시기를 거쳤다. 그리고 이청용 선수는 부상을 당했다(박지성 선수도 부상 당할까봐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그러는 동안 여름 막바지와 겨울 초입에 2번의 이벤트 참관 설명회도 참석했다. 어쨌든 우여곡절의 4~5달을 기다린 후에야 대망의 그날이 왔다.


1. 인천공항을 막 이륙한 후 서해 상공 
2. 비행기에서 바라본 런던 야경 
3. 왠지 공항에 가면 꼭 찍어야 할 것 같은 환영인사 광고

 


  
 출발. 11월 25일 14시 30분 런던 히드로 공항행 OZ521편

아침 9시부터 집을 나와 인천공항 미팅 장소에 삼삼오오 모이는 그때까지도 사실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던 때에도 배고픔이란 1차적인 욕구가 앞섰을 뿐이고, 런던에 도착해서 이국적이고 멋있는 건물을 보면서도 내가 맨유 경기를 보러 가기 위해 영국에 와있다는 사실이 잘 와닿지는 않았었다.

*첫째날/마지막날 숙소: 매리어트 호텔 히드로

생각보다 좋은 숙소에 눈이 휘둥그레... 침대도 넓고 폭신폭신하다. 잠자리를 가리는 편인데 룸메이트가 문을 못 열고 있는 줄도 모를 정도로 숙면을 취했다. 처음 방에 들어가서 한기를 느낄 수 있으나 온도를 높여놓으니 금방 따뜻해졌다. 영국은 백열등을 안 쓴다더니 조명이 침침하게 느껴졌지만 이내 적응이 됐다. 욕실 샤워기가 빠지지 않아서(벽에 붙어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 아침에 머리 감기가 조금 불편했고, 칫솔, 치약, 린스는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못찾는 사람이 간혹 있던데, 드라이어는 화장대 서랍 안에 있다. 조식 뷔페는 맛있었다.

*여행 일정

제 1 일: 인천 출발, 런던 도착

제 2 일: 맨체스터 도착,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 관람 (vs. 뉴캐슬 Utd.)
제 3 일: 리버풀 관광, 맨유 메가스토어 방문
제 4 일: 박지성 선수 훈련장 방문, 비스터 빌리지 방문
제 5 일: 런던 문화 탐방 후 출국




  
올드트래포드 입성. EPL 맨유 vs. 뉴캐슬 관람



1. 흐렸다 맑았다를 반복하던 영국의 하늘, 내 디카가 제대로 한 컷도 못 잡아낸 아름다운 풍경 
2. 우리가 타고다녔던 관광버스. 고속도로에서 맨유팬이 탄 것으로 보이는 차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3. 볼튼으로 가는 길. 본 이벤트는 원래 '박지성, 이청용 응원가자'였다. 톰 밀러.. 잊지 않겠다.

런던에서 1박을 한 후 관광버스에 올라 고속도로를 타고 맨체스터로 향했다. 영국은 산이 없다고 하더니 정말 드넓은 들판뿐이다. 중간중간 보이는 작은 마을과 그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는 듯한 나무들... 동화 일러스트로 많이 보던 풍경이 실시간, 실물로 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4~5시간이나 이동하는 내내 "우와아-" 감탄의 연속이다. 그제서야 여기가 유럽이구나, 내가 정말 멋진 곳에 와있구나 싶었다.


1. 맨체스터 시민들이 다 요기잉네?
2. 영국 남자들을 보고 싶으면 축구장으로 가세요.
3. 내가 바로 올드트래포드다.

맨체스터 시내로 들어가보니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한 도시였다. 생각과는 다른 시골 작은 도시이구나, 첫인상은 그랬다. 그런데 저 멀리 올드트래포드가 보일 때쯤 붉은 계열의 옷을 입은 사람들의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무리는 올드트래포드가 가까워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맨체스터가 어째 너무 조용한게 이상했는데 그 많은 시민들이 모두 여기에 모였구나 싶었다. 사람도 참 많고 잔뜩 흥분돼보였다. 마치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를 보니 나도 절로 들뜨는 기분이었다.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가방 검사를 받고 통과된 사람에게는 가방에 확인띠를 둘러준다. 미리 받은 티켓을 바코드 리더기 같은 기계에 쏙 집어넣어다 빼는 것으로 티켓 확인도 완료. '지성 뿌잉'과 'No. 13'이 양면으로 써진 머리띠도 다시 한번 잘 착용하고 들어가니 진행 요원이 '지성 팍~'이라며 아는 척을 해준다.

수많은 인파를 따라 콘크리트 계단 3층까지 올라가니 선명하고 푸른 잔디가 한 눈에 보인다. 꿈의 구장, 올드트래포드. 드디어 내가 이곳에 왔구나.


1. oh! oh! 올드 트래포드 oh! oh!
2. 경기 시작 전
3. 응원도구로 단체로 준비해간 머리띠


경기 전, 양 팀의 선수들은 몸을 풀고 있었고 그 속에서 유일한 아시아인이자 한국이 낳은 박지성 선수도 한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아쉬운 소식이... 맨유 선발 출전 명단에 박지성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에 치뤄졌던 경기에서 박지성 선수가 출전하지 않아 이번 경기에는 꼭 출전을 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도 나중에 교체 선수로 나오지 않을까 막연한 희망만 품었다.

EPL 2, 4위의 경기. 전반전 맨유의 경기는 답답하게 흘러갔다. 뉴캐슬은 원정경기임에도 상당히 거칠게 경기에 임했다. 뉴캐슬 응원단들도 일당백의 위력을 발휘하려는 듯 엄청난 응원 공세를 쏟아부었다. 이에 위협을 느낀 맨유 팬들은 응원가를 부르고 파도타기를 하는 등 맞응원을 펼쳤다. 맨유의 경기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뉴캐슬 선수들이 깨끗하지 못한 플레이를 하다보니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뉴캐슬 응원단이 더 힘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후반전에는 박지성 선수가 꼭 나와서 경기를 속시원하게 풀어주기를 바랐다.


1. 프리킥을 준비하는 루니. 아쉽게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2. 튕겨나온 공이 치차리토 몸을 맞고 골이 되었다.


EPL 원정응원단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퍼거슨 감독은 끝내 박지성 선수를 결장시켰다. 후반에 박지성 선수가 몸을 푸는 모습을 보여 혹시나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였다. 지금도 너무나 아쉬웠다. 하지만 후반 들어서 맨유가 경기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와서 경기가 흥미진진해졌다. 후반에 들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치차리토의 골이 터졌다. 의도치 않게 들어간 골 같았지만 재미있게 골을 넣는 치차리토의 명성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후로도 주도권은 계속 맨유가 가지고 있었고 골이 참 안 터지긴 했지만 이대로 승기를 굳혀가는 듯 했다.

그런데 이럴 수가. 페널티존에서의 반칙으로 뉴캐슬에게 페널티킥 기회가 주어졌고 그걸 성공시켰다. 잘 보이진 않았지만 뉴캐슬의 헐리웃 액션 같아서 넘 억울했다. ㅜㅜ 후반전에도 경기가 참 격렬하긴 했지만 이 페널티킥이 들어간 이후에 더더욱 심해졌던 것 같다. 뉴캐슬은 동점에도 만족하는 듯 경기를 끌고 더러운 반칙을 서슴치 않았으며 맨유 선수들도 꽤 격분한 상태였는데, 루니는 심판의 등을 확 밀어버리기까지 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속은 시원했다. 후반전이 끝나기 10분전엔가 더러운 플레이를 일삼던 뉴캐슬 선수 하나가 퇴장 당하고 맨유도 추가 득점을 위해 파상공세를 펼쳤으나 정말 골운이 없어도 너무 없던 날이었다. 막판에 치차리토의 골, 오프사이드 판정.... 아쉽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1. 이날 경기 표
2.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지성팍
3.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함께 경기를 본 이들이 무승부지만 왠지 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던가. 뉴캐슬 비난(?)과 맨유 응원에 온 기운을 쏟았더니 심신이 축 쳐지는 기분이었다. 작년 한일전부터 상대가 약체가 아니고서는 내가 직접 가서 본 경기들은 다 아쉽게 무승부가 되는 것 같다. 무승부더라도 박지성 선수가 나왔다면 조금 마음을 달랬을텐데 박지성 선수가 안 나와서 경기가 이렇게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원망스러운 퍼거슨 영감, 속으로 욕 좀 했소. 오래 사시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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