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랫니에 교정기를 붙였다. 원래 아랫니 하나를 발치하는 날이었는데 아침 9시경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고 생리통까지 심하게 왔다. 의사샘이 생리중일 경우 발치를 하면 지혈이 안될수도 있다며 아랫니에 교정기만 붙이자고 했다. 처음에 상담할 때는 위, 아래 모두 세라믹으로 한다고 했는데 마음을 바꿔서 아랫니는 메탈로 하기로 했다.

윗니의 덧니가 워낙 도드라져서 아랫니는 그래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메탈 교정기를 붙여놓으니 완전 엉망진창이었다. 내 치열이 정말 심하게 나빴구나 새삼 확인할 수가 있었다. 교정기를 붙이는 과정은 나는 정작 힘들 일이 하나도 없다. 치위생사분께서 전동칫솔로 양치를 해주고 교정기를 붙이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해주고 의사샘이 교정기를 붙여주고 치위생사분이 철사를 달아주고. 난 누워있다가 입 헹구라고 하면 헹궈주고 이 정도..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위에 삐죽 나온 철사가 볼을 심하게 찌른다고 했더니 철사를 안으로 말아주셨다. 그 철사 때문에 왁스도 하나 더 받아왔는데 지금까지 왁스 하나도 안 썼다.

왁스를 붙일 정도는 아니지만 아랫니에 붙은 교정기에 입 안쪽 살이 쓸리고.. 또 뭐랄까 교정을 한 후로 입안이 좀 바짝 마르는 느낌이 계속 있는데 그러다보니 교정기가 입 안쪽 살과 계속 붙어서 철사 자국처럼 그 부분이 패였다. 그건 오라메디를 발라주는 것으로 해결을 하고 있는데 어쨌든 그렇게 심하게 입안이 헌다거나 쓸린다거나 하는 건 없는 편인 것 같다.

교정기 붙이고 친구들과 영화 아저씨를 본 후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는데 어금니끼리 안 맞는 느낌이 났다. 치과에서도 입을 다물어보라고 했을 때 오른쪽 어금니가 안 맞고 왼쪽 어금니끼리는 붕 뜨는 느낌이 나서 의사샘이 오른쪽 어금니를 갈아줬었는데 계속 안 맞는 느낌이라 잘 씹지를 못했다. 게다가 두꺼운 면발이 철사에 낀 채로 있거나 철사에 걸쳐있거나 해서 밥을 먹기가 매우 불편했었다.

치과에 다시 가봐야하나,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아랫니와 윗니의 중심선이 딱 맞는 것이었다. 원래는 아랫쪽 중심선이 위쪽보다 오른쪽에 있다고 해야하나? 그런식으로 중심선이 안 맞았는데 아랫니 교정기를 달고 나서 그게 딱 맞춰져 있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비대칭이던 입술도 전보다는 대칭이 됐다. 그러고 자고 일어났는데 안맞던 어금니도 싹 물린다. 자면서 나도 모르게 이를 꽉 다물고 잤는데 어금니끼리 맞추려고 인체의 신비가 일어난 것인지 자꾸 이빨끼리 딱 맞물리게 하려는 노력을 자동으로 하게 된다. 이빨에 힘이 들어가서 좀 아픈 것도 있었는데 그런 걸 한 이틀 하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맞물렸고 또 자연스레 힘을 주는 것도 없어졌다.




오오 의느님. 아랫니 교정기를 단 지 5일이 지난 오늘, 입술은 거의 대칭, 남들은 아무도 못 알아보지만 턱도 거의 대칭이 되었다. 토요일에는 중심선이 맞물리고 입술이 대각선처럼 돼있었는데 점점 입술이 평행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변화까지는 기대를 하지 않아 참 만족스럽고 다행이지만 불편한 점이 있다면 야채를 먹기 힘들다는 것이다. 씹는 것 자체도 아프지만 야채 섬유질이 철사에 끼는 게 장난이 아니고, 잘못 끼기라도 하면 빼기도 어렵다. 또한 밀가루나 밥을 먹으면 씹은게 철사에 차곡차곡 쌓인다;; 어떤 밥알은 씹히지 않은 고유의 상태로 철사 안쪽이나 교정기 사이에 들어가 있다. 식사 도중 물을 통해 헹궈주기는 하나 안 빠져 나오는 것들이 있어 이물감으 느껴지고 자연스레 간식 먹기를 피하게 된다.

가느다란 국수류가 먹기가 편한 축에 속하는데 이것도 애로점이 있는 게, 꼭꼭 씹으면서 마디마디 끊긴 게 철사에 걸려서 씹히지 않고 그냥 목구녕으로 넘겨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국수가 제일 좋다. 가장 좋은 건 고기ㅋ 고기도 끼긴 하지만 잘 빠지고 잘게 잘라서 먹으면 씹을 때 아픈 것도 없다. 교정을 할 때 아파서 고기 못먹을까봐 정말 걱정했는데 도리어 야채를 못먹으니까 섭섭함은 덜하다. 내가 요새 제일 잘 먹는건 계란 프라이에 간장으로 밥 비벼먹는 것. 반숙으로 프라이를 해서 밥에 비벼 먹으면 씹는 것도 더 부드럽고 맛도 좋다. 고추장에 비비는건 좀 퍽퍽하게 느껴지고 교정기를 끼기 전에 먹었던 것보다 맛도 떨어지게 느껴진다. 역시 계란간장비빔밥이 제일 좋다. 월욜 점심 지하식당 메뉴에 오므라이스가 있어서 그걸 먹어 보았는데 그것도 잘넘어갔다. 아무래도 밥이 계란이랑 만나면 식감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다음달이면 아랫니 하나를 발치하는데 그때가 되면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어떤 음식을 못먹게 될지 불안하다. 이를 하나도 빼지 않은 오른쪽으로만 거의 씹는데 이러다가 턱이 짝짝이가 될까봐 그것도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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