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니 이사님이 아니었더라면 이 여행을 어찌했을까 싶다.

유럽 자유여행은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거의 백지상태로 온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프라하 여행을 가장 여행다운 여행으로 자평하는 이유 중 하나는 <팁투어> 때문이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도 하나 펼쳐들고 유명하다고 검색되는 관광지에 가서 사진이나 몇 장 찍다 왔겠지.

프라하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와서 출구로 뿅 나왔을 때 눈 앞에 펼쳐진 바츨라프 광장을 그저 사람 많은 광화문 광장쯤으로 여겼을 거다.

생각해보면 의미가 없는 광장은 없다.

지역의 중심이 되는 곳, 그래서 시민들이 모이는 곳, 그럼으로써 시민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곳

광화문 광장이 촛불,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하물며 바츨라프 광장도 그랬을텐데.





팁투어 장소로 가는 길에도 해프닝이 하나 생겼다.

바츨라프 광장 → 시민회관

지하철 노선도를 보니 지하철 2정거장이면 가길래 열심히 지하철을 타고 갔다.

팁투어를 따라다니며 알게 된 건데 걸어서 5분 거리...

내가 지도를 못보는 사람도, 길치도 아닌데 서울에서 하던 것처럼 생각하여 이런 일이 벌어졌다.

유럽의 도시들은 그리 크지 않아 걸어서도 다닐 수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저곳은 백화점(핑크색 건물)이 있고 각종 노선의 트램이 모이는 번화가이다.

각종 브랜드샵들이 모여있는 쇼핑가와도 연결되어 있다.


정확히 9시 30분에 오전 팁투어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는데 다니면서 점점 더 불어나 끝날 때쯤에는 50명 가까이 된 것 같다.

가이드님에 따르면, 바로 지난주까지 비도 오고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이렇게 해가 쨍쨍하고 쾌청한 날이 드물다고 했다.

하긴, 전날 체스키 크룸로프에서는 잠깐이지만 싸락눈이 내렸고 이 다음날도 잔뜩 찌푸렸다.







화약탑

우리나라로 치면 4대문 같은 기능을 겸했던 곳.

전망대가 있다는데 올라가보지는 못했다.






돈 죠반니를 초연한 극장

가이드님은 프라하에 왔다면 공연을 꼭 보길 권유했다.

프라하는 음악을 사랑하는 도시라며...


그도 그럴 것이, 프라하에 온 첫 날 주변을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가 까를교까지 가게 되었는데 까를교 끝쪽으로 가니 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가까이 가보니 까를교 아래 작은 레스토랑 앞에서 한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고 몇 몇 커플이 그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와... 겁나 낭만적. 순간 깨달았는데 그날이 발렌타인데이였던 것.

아무튼 이렇게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까를교 뿐만 아니라 구시가광장에도 있고 곳곳에 있었다. 잘하든 못하든...

오페라나 이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곳도 굉장히 많이 있었고..

파리에 가면 전시관이 곳곳에 있고, 암스테르담은 박물관 천지라고 느꼈는데 생활을 보면 문화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카를 대학.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인데 유럽 최초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의과대학이 세계 탑 수준이라는...





바츨라프 광장.

수많은 상점과 화려한 불빛, 많은 사람들, 첫날 프라하에 발을 디뎠을 때 드디어 왔구나 감탄을 자아냈던 곳.

2002년 월드컵을 즐겼던, 2008년과 2016년 촛불을 들었던 광화문처럼

바츨라프 광장은 프라하 시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프라하의 봄을 비롯한 프라하를 관통했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식민지배, 냉전, 민주화 운동 등 체코와 우리나라는 많은 점이 닮아있다.








세계에서 3번째로 오래되었다는 시계탑.

시계탑은 시청과 연결되어 있고,

시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요소는 다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천문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까지.

매 시 정각이 되면 시계탑의 창문이 열리고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시 나타나는 조각상이 더 알려져있지만 각 시계침이나 시계판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가 사실 더 신기하다.

농사를 업으로 삼는 백성들을 위해 농사에 필요한 의미까지 담겨있다니 말이다.


시계탑이 울리는 것까지 보고 그 옆에 구시가 광장까지 가면 오전 팁투어가 끝이 난다.

팁투어가 진행되는 3시간 내내 서있고 휴식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이것만 해도 체력소모가 꽤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을 나눠서 듣는 것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오전보다 오후가 더 힘이 드는 편이다.





루돌피눔 앞 계단

루돌피눔은 콘서트홀이고 오후 팁투어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오전과 오후 팁투어간 간격이 1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피자를 테이크아웃하여 이 계단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아웃도어 패딩 점퍼에 단열 효과가 뛰어난 플리스 자켓까지 껴입어도 추위가 느껴지는 2월의 유럽,

그래도 햇볕이 비춰지는 곳으로 가면 따뜻하다.





까를교(혹은 카를교..)로 향했다.

도착한 첫날 밤에는 사람이 간간이 보였는데 이날은 다리를 가득 메웠다.

그나마 비수기라서 적은 거라고 한다.

이 다리도 유서가 깊다.

프라하의 도약을 이루어낸 성군 카를 왕이 축조를 지시한 다리로, 다리 양 옆에는 성인의 조각상들이 세워져 있다.

까를교 건축으로 인해 프라하 시민들은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게 되었으니 이들에게는 증기기관차 발명급의 업적이 아닐는지.






세계적인 관광지에, 개방이 되어 있음에도

이렇게 보존이 잘 되어 있다니 볼수록 감탄스럽다.

걷다보면 아주 옛날의 프라하로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까를교를 건너다보면 거리의 악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많고.

눈 앞에 마주하는 장면 장면이 다 낭만적이다.







존레논 벽.

본래는 수도원의 벽이지만 공산주의 시절 자유를 갈망하는 프라하의 젊은이들이,

비틀즈의 음악에 영향을 받아 이 벽에 자신들의 생각을 발산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벽이 보존되어 있지는 않고 그 의미만 남아있다고 한다.






골목을 빠져나가 올라가다 보면 프라하성에 다다른다.







대통령 관저로 쓰이는 건물을 지나






성 비투스 대성당에 왔다.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

건축에 오랜 시간이 걸려 성당의 앞쪽과 뒤쪽은 서로 다른 건축 양식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사진은 따로 찍지 않았다.

종교가 없음에도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들에 경외감이 들었다..


가이드님을 부지런히 따라다니긴 했지만 이후의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걸 보니 많이 힘들긴 힘들었나보다.

조금 더 구경하고 싶은 곳들이 있었는데 시계탑을 빼고는 결국 다시 가지는 못했다.

만약에 프라하에 또 가게 된다면 책 한 권 읽고 가야겠다.





팁투어를 마치고 나니 해도 저물어간다.

프라하 시내를 수놓는 붉은 지붕은 나라에서 정한 규격으로, 꼭 따라야 한다고 한다.








프라하성을 뒤로하고 조금씩 내려오니 어둠이 완전히 내렸다.

야경은 석양보다 훨씬 아름답고 아쉬움이 짙다.





프라하성에서 조금 내려오면 뜨레들로 가게가 있다.

두꺼운 원통에 빵 반죽을 감아 구우면 빵이 부풀어오른다.

원통 때문에 빵 속은 비어있는데 여기에 초콜릿이나 잼 같은 것을 넣어 먹는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양도 많아서 든든하다.

기계 사서 한국에 가면 가게나 차리자고 그랬는데 얼마 후에 홍대에 생겼다는 소식이 들렸다. 







카를교를 건너며...

멀리 조명에 비춰진 프라하성이 보인다.

다시금 아쉬운 마음이 올라온다. 언제쯤 다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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