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다행히 밤 비행기라 저녁까지 독일에서 일정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애증의 프랑크푸르트역으로 와서 코인 라커에 짐을 맡겼다.

하도 헤매고 다녀서 어디에 뭐가 있는지 파악이 된다.

다른 나라도 한 번 다녀와서 기차표도 발권기를 통해 수월하게 살 수가 있다. 





2시간쯤 걸려 도착한 하이델베르크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관광객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하이델베르크성으로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는 건지 또 헤매고 다녔다.

보통은 우루루 사람들 가는 거 보고 따라가면 되는데 여기서는 그게 불가능했던 것.

우루루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도 보이지 않고.

그래도 여차저차 잘 찾아서 갔다.

그동안 겪은 일에 비하면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이델베르크는 높은 산 위에 있어 일종의 케이블카인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걸어서도 가능하긴 하다.

푸니쿨라의 존재가 어찌나 감사했던 지.

시간도 얼마 없고 체력도 바닥난 상태에서 등산을 하라고 했다면 과연 내가 했을까 싶다.

<사진은 사실 내려와서 찍은 걸 올렸다...>





하이델베르크 성에 도착





성 내부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은근히 코스가 긴 편이다.

건축 기술이 발달하기 전이라 그런지 창문들이 작고, 조명이 아니었다면 앞도 잘 안 보였을 것 같다.

약제박물관과 연결되어 있다.

마지막에는 기념품샵이 나온다. 비누나 오일 등을 파는 것이 신기해서 몇 점 사왔다.





하이델베르크 성은 낙뢰와 전쟁 때문에 상당 부분 파괴되었지만 복원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산 중턱에 있는 것치고는 규모가 꽤 크다.






군데 군데 파괴되어 있는 모습이 더 생동감이 있다.






하이델베르크 성은 그 역사 때문에도 유명하지만 하이델베르크 전망이 잘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높다란 산자락을 끼고 네카어강이 흐르고 주변으로 붉은 지붕의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 보인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독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이델베르크 성에서 내려왔다.

버스를 내렸던 곳에서 골목길로 들어오면 된다.

근처에 한식당도 있는데 내가 간 날은 문을 닫았다.

표지판이 있지만 지도를 미리 한 부 출력해왔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는 고요했는데 관광도시라 그런지 생각보다 활기차다.

먹을 곳도 많고 상점도 많고

거리 거리마다 의미있는 곳도 많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도서관도 있고

가장 중심이 되는 곳에는 교회가 있다.

동네 마실 나가듯 천천히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것들이다.





<Zum Franziskaner>

독일에 가면 꼭 먹어보자 했던 학센은 이 레스토랑에서 먹게 되었다.

밖에서 메뉴판을 봤을 때 분명 학센을 파는 것 같지만 확신은 서지 않았다.

독일어로 가득한 메뉴판은 읽을 줄 몰랐기 때문.. 직원에게 학센 있냐고 물어보니 친절하게 짚어준다.

생각보다 크기가 컸는데 칼질이 가능할 정도로 고기가 부드럽다.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를 든든하게 했다.

아담하고 따뜻했던 레스토랑 ㅋ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해서 카를 테오도르 다리로 향했다.





다리 위에서 하이델베르크성이 아주 잘 보인다.





프라하의 카를교처럼 다리의 나이가 수백년은 되었을텐데 아직까지도 그 기능을 다하는 것이 신기하다.

이 다리를 건너 산 중턱에 보이는 구불구불한 길로 오르면 철학자의 길과 연결된다.






물결이 잔잔히 흐르고 주변 마을은 평화롭다.

다리 위에서 강 풍경을 보면 내 마음까지 평안해진다.

날이 따뜻해져 산과 강이 초록빛을 더 머금으면 여기는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


학생 때 다른 학우들처럼 유럽일주를 다녔으면 그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을텐데

직장인이 되니 이렇게 남들이 잘 안 오는 추운 겨울에나 이 좋은 곳을 올 수 밖에 없다.

봄이 오는 4월 5월에 네덜란드 튤립축제도 보고 프라하도 다시 가자 수없이 약속하고 있지만

현실에 치여 지켜질 수 없으니 매번 하무하다.





다리에서 내려와 강변을 걸었다.

이제 집에 갈 일만 남았다.


매순간 순탄하지 않았던 이번 여행,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기차가 연착됐던 것.

영어도 잘 못하는데 독일말... 알 지 모답니다...

기차가 출발을 안 하니까 좌불안석. 기차를 잘못 탄 것인가.

저 앞에 탄 다른 승객한테 물어서 연착이 된 건 알겠는데 이러다 공항에 늦는 건 아닌가 또 불안불안

(어쨌든 늦지 않게 잘 갔고 출근도 잘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생겨도 금방 잊고 여행이라고 들뜬 상태가 유지됐는데

1년 후 파리에서 있었던 한 사건 때문에 나도 처음으로 겁이란 게 생겼다.

그래서 전처럼 여행을 즐기는 감정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도 기억의 조각 조각들을 떠올리고 에피소드들을 이어가며,

2년 전의 추억을 정리하고 나니 그동안 잊혀졌던 여행의 설렘이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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