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황금연휴에 급박하게 비행기표를 구하느라 프라하 in - 프랑크푸르트 out 으로 예매가 됐었다.

프라하에서 3박을 한 후 프랑크푸르트로 넘어왔는데, 도착한 첫 날 저녁은 혼돈의 그 자체였다.


아무리 계획 없이 다니는 스타일이라고 해도 최소한 대중교통 타는 법 정도는 알아보고 오는 편인데,

그것도 모르고 독일로 오는 바람에 공항에서 한 시간은 헤맨 것 같다.

공항에서 유심칩을 사서 검색을 할 요량이었는데, 공항 와이파이는 잘 안 되고, 유심칩 파는 가게는 문을 닫았고, 자판기에서 산 유심칩은 작동을 안 했다.

열차를 타는 플랫폼은 왜이리 많은 것인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여기 갔다 저기 갔다...

겨우 맞는 플랫폼을 찾고 주변 여성분께 물어 확인까지 받고 열차를 탔었다.


프랑크푸르트역에서 내린 이후는 더 환장.

나는 그 거대한 기차역에 압도당했다. 수많은 플랫폼과 당장이라도 달려들어올 것 같은 기차들...

세계 2차 대전에 이곳이 관여되었는지 역사적 사실은 잘 모르겠지만 저것들을 발판으로 전쟁을 일으켰구나 무서워졌다.

기차역 땅 아래는 더 복잡하다. 무슨 노선과 출구가 그리 많은지...

차라리 버스를 탈까 해도 우리 숙소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 모르겠고.

그렇게 기차역 지하를 훑고 다니니 금세 익숙해지긴 하더라.

한 방에 맞는 지하철을 타고 역도 제대로 내렸다.

지금 생각해도 진땀... 

공항에서 유심칩이 잘 안 될 때에는 같이간 과장님한테 짜증도 한 번 내고...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는데 너무 죄송하다ㅠㅠ

결국 핸드폰 인터넷 연결은 끝까지 안 하고 다니게 됐다.





다음날 일정은 없었다.

기차를 타고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고 올까 상상은 했다.


처음에는 플랫폼 바로 앞에 부스에 가서 물어봤더니 티켓팅 기기로 가라고 했다.

이렇게 저렇게 만져봤더니 거의 500유로 가까이 나오길래 이게 진심인가 싶어서 차마 결제를 하지 못하고 있었더니 9시 열차가 선택지에서 없어졌다.

기기 뒤편에 투어리스트 센터가 있어서 파리에 가는 열차를 물어봤더니 9시 열차는 금세 매진이 된 거고, 이 다음 열차는 1시라고 한다.

1시에 출발하면 5시에나 도착할텐데 그러면 하루를 통으로 날려버리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파리말고 다른 선택지로 언급이 됐던 네덜란드로 의견이 모아졌다. 아침에 출발하는 열차도 있는 것 같았다.


다시 투어리스트 센터로 가서 암스테르담에 왕복하는 열차를 문의했다.

그랬더니 열차 왕복도 되고 독일 내에서 이용 가능한 패스를 끊어줬다.

어찌나 감사한지 엄지를 척 올리며 고맙다, 당신 최고다 했더니 주변 직원들까지 빵 터졌다.


전날 지하철 검표 요원도 그렇고 이분도 그렇고, 독일 사람들은 첫인상이 엄청 차갑고 무뚝뚝한데 도와주는건 친절하게 제 일처럼 도와준다.

프랑크푸르트에 와서 넘 무섭고 겁이 났는데 이분들 덕분에 그런 마음이 많이 풀렸다.





유럽에서 기차를 처음 타본다. 그것도 현장 예매로...

그러고보니 작년에 파리-런던을 유로스타로 오갈 때는 입국 심사를 아주 엄격하게 했는데 독일-네덜란드간 열차는 그런 것도 없었다.





아주 기특하게도 기차 환승까지 성공적으로 헤내고 암스테르담역에 도착했다.

독일과는 달리 날이 아주 맑고 좀 더 따뜻했다.

이렇게 오게되니 뿌듯하고 기분도 더 설렜다.





중앙역 건너편에 투어리스트 센터로 갔다.

가서 암스테르담 지도나 얻을 요량이었는데 발권기를 통해 트램 1일 패스권도 팔고 있었다.

보통 1일 패스권은 당일 0시부터 24시까지만 유효한데

암스테르담의 패스권은 사용을 개시한 시간부터 24시간 유효한, 우리로서는 아주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가격도 저렴..

다음날 다시 역으로 돌아갈 때까지 딱 알맞게 쓸 수 있어 쾌재를 불렀다.






역을 등지고 왼쪽으로 걸어나와보았다.





'역시 도시에는 물이 있어야 돼'를 외쳤던 풍경

암스테르담은 반원형의 특이한 형태로 생겼고, 도시 전체에 운하 물길이 갈래갈래 나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수로와 수변 풍경을 즐길 수 있고

그에 따라 형성된 암스테르담만의 독특한 생활상도 볼 수 있다.


수로와 맞닿게 지어진 건물들, 홍수가 나면 창문으로 넘치는 것 아닌가 괜히 걱정도 해보고.

건물의 상층부가 하층부보다 더 밖으로 나오도록, 옆에서 보면 기울여지게 건축을 한다고 한다.

근처 스타벅스에서 망중한을 즐길 때 그 이유가 바람 때문이라고 봤는데

지금 다시 검색을 해보니 건물이 접고 길어서 물건을 도르래로 쉽게 옮기기 위해서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은 정보가 너무 넘쳐서 뭐가 옳고 그른지 판단이 쉽지 않다.


숙박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붙어있는 곳이 많아 한군데 들어가서 물어봤더니 가격이 후덜덜..





시내로 들어가는 길

사람들의 평균 신장이 180cm는 되나보다. 체코 사람들도 엄청 크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훈남 훈녀들..





길에 들어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스테이크.. 맛있게 잘 먹었다.

식당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구글에서 찾아본건데 최근 리뷰가 좋지 않다.

2년 전에는 직원도 친절하고 음식맛도 괜찮았다.






햇볕이 드는지 아닌지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암스테르담은 도시 크기가 작은 편이다.

튼튼한 다리를 가졌고 2시간 걷는 것쯤 끄떡없는 사람이라면, 맘만 먹으면 여행 내내 걸어다녀도 괜찮을 수준이다.

유명한 명소가 아니더라도 도시 곳곳이 환상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에 도보로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암스테르담의 꽃시장 Bloemen Markt

운하 수로변을 따라 꽃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다양한 색을 뽐내는 꽃들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독일로 돌아올 때 꽃을 한아름 사오는 사람들도 있던데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는 못 사가잖아. ㅠㅠ





꽃시장의 끝에서 위쪽으로 가면 많은 샵들이 있는 쇼핑가와 맞닿아있고 주변에 맛집들도 많이 있다.





숙소에 가기 위해 드디어 트램을 타봤다.

트램은 어느 나라에서 타든 참 좋다. 운행간격이 짧고 자동차들과 도로를 공유하는 게 아니니 정시에 다닌다.

지하철처럼 답답하게 지하로 다니는 것도 아니고.





정류장에 내려 걷다보니 하이네켄 체험관이 보인다.

늦어서 가지는 못하고..





숙소로 가는 길에 발견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가운데 출입문으로 들어가면





I amsterdam 조형물이 나온다.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사진 스팟!

뿐만 아니라 미술관 주변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스케이트장도 있고..(겨울이라 연못이 얼어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듯)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도 있다.

관광객도 많지만 암스테르담 시민들도 가족과 함께 이곳을 많이 찾는 것 같았다.

미술관의 위엄과는 다른 활기찬 분위기~





우리 숙소는 미술관 옆에 있었다.

숙소를 미리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점심을 먹었던 레스토랑 근처 스타벅스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예약을 했다.

회사 계열 중에 한인민박 서비스가 있어 예약을 시도했지만 어플이 먹통이라 실패.

호텔스닷컴에서 저렴하게 이용 가능한 호텔이 있길래 이곳으로 정했다.

<Apollo Museumhotel Amsterdam City Centre>

어디 호텔 체인으로 기억하는데 가물가물..





객실은 아주 아주 작다.

인테리어가 모던하면서 캐주얼해서 반전의 느낌이 있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한 것 같았다.

화장실은 더 더 작은데 깨끗하고 예뻐서 불만은 없었다.





다음날은 제일 먼저 안네의 집을 가려고 했는데 줄이 너무 너무 길어서 그냥 앞만 보고 걸었다.

아침 10시도 안 됐는데 서양인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부지런했지...

크게 고민하지 않고 포기.

가다보니 치즈 박물관이 있어서 구경 잠깐 했는데 별 건 없다. 치즈 팔려고 겸사겸사 운영하는 듯.


그렇게 아침 내내 아무 생각 없이 주택가를 쏘다녔다.

지도 한 장 들고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은 스파게티

맛은 있었는데 깊이가 얕은 맛?





또 걸었다.

어딜 가나 이와 비슷한 풍경인데

질릴 틈 없이 예쁘다.





시간이 남아 시장 한군데를 더 들렀다.

암스테르담의 재래시장이라 일컬어지는 알베르트 카위프 시장

외국 과일 한 번 먹어보자며 딸기와 포도를 사갔는데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많이 놀랐다.

다 합해서 5천원꼴

과일은 우리나라만 비싼 것 같다.





독일로 돌아가기 위해 암스테르담역으로 돌아왔다.

이곳에 온다면 역 뒷편으로 한 번 가보기를 추천한다.

에이설 호수에서 흘러온 커다란 물줄기가 넘실거리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다.





좌석을 못찾아서 엄청 헤맸는데 알고보니 맨 앞자리

VIP 느낌

네덜란드에서 독일로 갈 때는 날카롭게 생긴 검은 개를 끌고 경찰들이 돌아다닌다.

네덜란드가 자유를 가장 존중하는 나라라 마약도 자유롭다던데,

독일은 허용이 안 되니까 그 사람을 색출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잡담..






창 밖에 노을이 아름답게 지고 있다.

2년 전의 여행을 정리하다보니 없는 사진이 너무 많다.

마음에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나 보다.


네덜란드까지 왔으니 파인 다이닝을 하자며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청어 절임

웅장함에 압도당했던 프랑크푸르트역 내 플랫폼

집에도 못가게 할 뻔 했던 Student Agency 버스

기억은 생생한데 사진이 없으니 마음이 아프기까지 하다.

파리에 갔을 때에도 부모님 챙기느라 사진이 없는데 그 좋은 곳까지 가서 사진도 제대로 못 남기고 오다니...ㅠㅠ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 명심 또 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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