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행을 가더라도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다시 오면 되지 하고 넘어가는데, 엄마아빠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다니려고 하고 잘 쉬지도 않고 한 곳이라도 더 가보려고 하시더라.

연세가 드셔서라기 보다 나이가 들어 이 힘든 여행을 다시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하신다.

이제라도 모셔와서 이렇게 좋은 곳들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날의 첫 일정은 오르세 미술관

숙소에서부터 센느강을 따라 걸어서 갔다.

전날은 그리 흐리더니 이날은 아침부터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도보로 15분 정도 소요





오르세미술관 옆을 걷는 중

이쪽에도 출입문이 있으면 좋으련만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미술관 정문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에 갔더니 한가하다.


입장은 파리뮤지엄패스로 했다.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소지하고 있는 가방을 모두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천장과 구조물들을 보면 미술관 이전에는 기차역으로 쓰였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오르세미술관은 정말 넓다.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와서 오후까지 보내야 할 것이다.


숙소 집주인분이 프랑스 국민들은 예술을 정말 사랑하고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한다고 하셨다.

파리 시내 곳곳에 갤러리가 있고 역사의 순간 순간, 당시 사람들이 정말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 등이 다 그림으로 남겨져 있다.

나는 프랑스 국민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사는 것만으로도 예술을 사랑하며 살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예술과 거리가 멀고 그림에 대해 까막눈이지만 잘 모르는 그림이라도 읽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제대로 본 건지 자신은 없지만.ㅋㅋ





1층을 먼저 둘러봤다.

밀레의 이삭줍기

고등학생 때 이 명화로 고무판화를 했었던 기억이 문득 들었다.





5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 찾기가 아주 어려웠다.

미술관 가장 안쪽에 있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

한국에 살면서 이런 명화를 직접 보는 일이 얼마나 될지.





양산 쓴 여인

책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감흥 없던 이 그림이 눈으로 보니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고갱의 작품





반 고흐 자화상

보는 나도 혼란스럽고, 실제로 반 고흐가 내 눈 앞에 나타나 저런 눈빛으로 본다면 고개 돌리고 피해갈 것 같다.





2층으로 내려왔다.

복도를 따라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긴박함이 느껴지는 부조 작품





강인함과 용맹함이 느껴지는 헤라클래스


우리 아빠는 평생 일만 하며 살아오신 분이다.

휴일처럼 비는 시간이 생겨도 텃밭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곤 하셨는데

오르세미술관에서 아주 흥미롭게 관람을 하시더라. 이곳 저곳 앞장서 가시기도 하고..

나는 체력이 바닥나서 앉아있고 그랬는데 나보다 더 많이 감상을 하고 오셨다.

재미있으셨나~





오르세미술관 뒷편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하고 버스를 타고 루브르 박물관으로 갔다.

오르세미술관에서 다리만 건너면 되지만 그것조차 힘들어서...

루브르 박물관으로 가는 버스는 박물관 안쪽에 정류장이 있어서 편하다.


이때도 늦은 시간은 아니었는데 와.... 줄이.. 끝이 안 보인다.

파리뮤지엄패스가 있다면 전용 대기선을 이용하면 되지만 그 줄도 어마어마하게 길다.

그래서 과감히 포기하고 다음날 아침에 오기로 했다.





루브르 박물관을 등지고 앞으로 걸어가다보면 튈르리 가든이 나온다.

봄이 이제 막 찾아온 터라 햇살이 따듯하다.





연못 주변에는 눕듯이 기댈 수 있는 의자가 놓여있다.

이런 의자는 뤽상부르 공원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아주 편해보였다.





정원에는 꽃도 조금씩 피는 중이었다.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의 튈르리 가든





정원 내 노천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샌드위치, 크레페 이런 것들

또 가서 또 먹고 싶다.


유럽사람들은 토피어리를 되게 좋아하는 것 같다.

나무가 둥글둥글






튈르리 가든 끝으로 가면 관람차가 있다.

저것도 밤에 타보고 싶다.

화장실도 이 부근에 있다. 유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튈르리 정원에서 길을 건너면 콩코드 광장을 갈 수 있다.

프랑스 혁명 중 루이 16세와 마리 앙뚜와네트가 처형된 역사의 현장


횡단보도에서 보는 오벨리스크.

이집트에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파리는 분수도 예술적이다.

밤에 왔으면, 물을 뿜고 있었다면 더 아름다웠을 것 같다.



제목에 나도 파리지앵 하고 싶다고 적었다.

동네 마실 다니듯 미술관, 박물관을 다니고, 공원에 앉아 커피 한 잔 하고 그런 삶에 대한 선망 때문이다.

물론 진짜 일개 시민이었다면 하루 하루 사느라 바빴을 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숙소 집주인분한테 들은 건데 프랑스 국민들은 미래, 즉 노후에 대해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회적인 안전망이 그만치 튼튼하고 안정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 눈에는 여유로워 보이나보다.

한국에 돌아가면 내 삶에 더욱 충실하며 살아야지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하고 병까지 얻었다. 흑...ㅠㅠ

사람사는 세상, 저녁이 있는 삶, 정말 간절히 바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