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규규규규

파리 마지막날

여행이 다사다난했던 지라 체중이 3킬로그램이나 빠졌었다.

게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이드역할을 자처했던 것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는지

한국에 오자마자 이석증이 와서 샤워하다 골로 갈 뻔 했다.

그래도 여행 마지막날은 눈물나게 아쉬울 뿐이다.






버스를 타고 루브르 박물관에 왔다.

그 유명한 루브르 피라미드 앞, 이곳이 루브르로 입장하는 출입문이다.

전날 왔다가 끝도 없이 긴 줄을 보고 돌아간 터라 아예 입장 30분 전에 와서 첫 번째로 기다렸다.

파리뮤지엄패스를 3일짜리가 아닌 4일짜리로 사서 천만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한 편으로 아침이라 쌀쌀하고 추워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무슨 파업이 났다며 입장을 1시간 뒤로 늦춘다는 것이었다. 욕이 한다발 나왔다.

그래도 어쩌겠나. 기다려야지...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그냥 들여나 보내줬으면 좋겠다.


루브르 박물관은 일주일을 투자해도 다 못본다고 한다.

나도 떠나야 하는 마당에 크게 욕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30분 덜 기다리고 들어왔다.

나름 파리뮤지엄패스 라인 첫번째로 들어왔는데 이미 들어와있는 사람들은 뭐지?

파리뮤지엄패스는 우선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고 난 첫번째로 입장한 사람인디?

그렇잖아도 전날, 다른 출구가 있다고 들어서 엄청나게 찾았는데 못 찾았었다.

내가 못 찾은 비밀의 문이 있긴 있나보다 했는데 루브르에서 나갈 때 알아냈다.





모자리나 그림에 사람이 제일 많으니 첫번째로 가야한다고 해서 갔더니 엉뚱한 곳.

다시 찾아서 갔는데 다행히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녀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볼 거 없다고 하지만

그건 모나리자 작품을 폄하해서가 아니라 워낙에 입이 떡 벌어지는 작품이 많아서일 듯 싶다.

굳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림이나 조각 등의 작품을 보는 것 중심으로 루브르 박물관 관람 코스를 짜는 것이 좋겠다.





천장도 놓칠 수 없다.





오오.. 밀러의 비너스


들어올 때 한국어 지도를 들고 왔고

박물관에 들어와서는 그냥 아빠를 따라다녔다. 아빠가 그리스관에 가자고 하면 지도로 찾아가고..

아무튼 아빠가 그림이나 조각을 이렇게 관심있게 보실 줄이야.

파리에 오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일이다.

나중에는 몸이 좋지 않은 엄마랑 나는 카페에서 쉬고 아빠만 따로 돌아다녔다.





왜 남의 머리채는 잡고 있나 했던 이 조각은 제우스였던 것 같다.

머리채가 아니라 번개였나 봄ㅋㅋㅋ





당장이라도 머리를 조아리고 명령을 따라야 할 것 같은 아테나 여신








그리스 신화는 따로 읽어본 적 없는데 여신상들을 보고 있자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멋쁨이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아르테미스일 듯?





에로스기 성가신 켄타우로스

표정ㅋㅋㅋㅋ 미간ㅋㅋㅋㅋㅋㅋ





잠든 헤르마프로디테

사진은 뒤쪽이 아니라 왼쪽에서 찍어야 한다. 헤르마프로디테는 자웅동체이므로..

이 조각은 유난히 질감이 살아있다. 누워있는 소파가 만지면 빵처럼 폭신폭신할 것 같다.





오르세미술관이나 루브르박물관에 오면 흔히 보는 풍경이 스케치북을 들고와서 그림을 그리는 학생들이다.

사람이 북적북적한 전시관에는 잘 없고 한적한 전시관에 모여 앉아 스케치에 집중하고 있더라.

숙소 근처에 미대가 있었는데 학교에 와서, 틈날때마다 걸어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올 것을 생각하니 그사세다 싶기도 하고.

미술적 재능을 타고난데다 환경까지 이렇게 받쳐주는 게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루브르 피라미드와 개선문을 뒤로 하고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진짜 집으로 가는 구나 엄청 실감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카페 레 뒤 마고

숙소에서 길만 건너면 갈 수 있어서 지나가다 한 번 들러야지 했는데 마지막날 겨우 왔다.





노천 카페를 즐기기에는 날이 쌀쌀하여 실내로 들어왔다.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카페에는 그들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커피는 씁쓸~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레옹 드 브뤼셀

이곳도 음식을 가리는 엄마를 위해 집주인분이 추천해주신 곳이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고 맛있게 드셨다.


체인점인데 마빌리온 역 근처에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홍합찜

약간 알코올로 찐 듯한 이 상태도 맛있지만

토마토소스를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디저트로 나온 파인애플


동유럽에 다녀왔을 때는 되게 차갑지만 내면은 따듯하다고 느꼈는데

파리의 서버들은 그냥 차갑기만 한 것 같다.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안 웃는 느낌? 말은 친절하게 하는데 묘하게 쌀쌀맞은 그 느낌..

이 레스토랑에서 확신했다.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 숙소에서 아래 방향으로 내려갔다.

생 쉴피스 광장과 성당





드디어 물이 나오는 분수를 봤다.

생 쉴피스 분수





생 설퓌스 광장에서 조금만 더 내려오면 뤽상부르 공원으로 왔다.

봄기운이 완연하다.

여기 벤치에 앉아 봄바람을 맞으며 확신했다.

파리여행은 3월 말쯤에 오는 것이 좋다고.

비수기의 이점은 다 누리면서 꽃으로 가득찬 파리의 봄을 만끽하기에도 그만인 시기...

옷 때문에 짐 부피는 한가득이겠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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