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서울시청 전동 전망대

태풍 크로사의 영향인지 서울 하늘이 참 맑았다. 구름도 별로 없어서 태양으로부터 받는 뙤약볕도 강력했다. 그렇게 덥고 맑았는데 습도까지 함께 높아서 땀으로 샤워를 했던 여행이었다.

 

이날은 광복절 전날이었다. 광복절을 전후로 덕수궁에 무료입장이 가능했다. 덕수궁은 고등학생 때 미술관에 가본 이후로 처음 방문했다. 대한문 앞은 수시로 다녀봤는데 오히려 자주 다니던 길이라 일부러 찾아가야지 했던 생각은 안 들었나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처럼 외국인들이 한국을 여행하는 TV프로그램을 보면 고층 빌딩숲 한가운데 궁이 있는 것을 아주 신기해하던데 덕수궁에 들어와보니 그 느낌이 뭔지 알 것 같다. 

 

덕수궁 안에서 어디를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다. 기념사진을 몇 장 찍으려다 내가 그림을 망치는 것 같아 그만두고 덕수궁 풍경만 카메라에 많이 담았다. 

 

이곳에 오니 건물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기 보다 조금 먼발치에서 눈에 담게 된다.

 

함녕전을 넘어 정관헌으로 향해본다. 온전히 서양식 건물이라고 하기도, 우리 전통식 건물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독특한 건물과 너무나 아름다운 정원이 보인다.

 

조경이 아름다워서 입구 계단에 주저 않아서 마냥 구경만 했다.

 

이곳에서 고종이 커피를 즐겨마셨다고 한다. 러시아 사람이 설계를 했다고 하는데 서양식 기둥과 우리나라 전통 문양... 구석구석 뜯어볼수록 이채롭다.

 

정관헌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작은 숲과 오솔길. 바람도 들고 그늘이 있어 시원하다.

 

길 끝에는 미술관이 있다. 현재 절필시대라는 제목으로 전시 중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오! 한강>이라는 만화책을 읽었는데 그 주인공과 절필시대의 작가들의 삶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

 

지인에게 덕수궁에 있다고 하니 전망대를 꼭 가보라며 추천을 해준다. 서울시청 별관 13층 카페에 가면 덕수궁을 한눈에 내다볼 수 있다. 대한문을 등지고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서울시청 별관이 나온다.

우리가 갈 때가 때마침 시청 공무원의 점심시간이었는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의 직장에 무단으로 놀러간 느낌이 순간 들기도 했다. 

 

여태 가본 전망대 중에 이곳이 가장 훌륭하다고 하면 과찬일까? 북악산부터 여기 덕수궁까지 이어지는 풍경에 감탄을 연발했다. 이곳이 더 의미가 있는 게, 덕수궁 뿐만 아니라 그 주변까지도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대사관저나 영국대사관, 구러시아 공사관 등이 저기에 있구나 그래서 당시에 이러저러한 사건이 있었구나 저절로 역사를 돌이켜보게 되더라.

 

창가에는 바테이블이 있어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다.

 

<덕수궁>

<서울시청 (별관) 서소문 청사>

 

 

오장동 함흥냉면

무더위 때문에 덕수궁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다. 가을이 되면 다시 한 번 오는 것으로 하고 더위를 식히고 내 배를 채워줄 냉면을 먹기 위해 을지로로 왔다. 오장동 함흥냉면은 지난 겨울에 와본 적이 있다. 근처에 볼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너무 궁금해서 왔었다. 그때도 자극적이지 않고 매콤한 비빔냉면이 참 맛있었다. 

 

줄이 좀 있긴 하지만 테이블 회전이 워낙 빨라 얼마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다. 차는 웬만하면 가져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메뉴판. 회냉면과 만두 주문. 결제는 자리에서 선결제를 한다.

 

테이블 회전이 빠른 이유가 있다. 정말 음식이 빨리 나온다. 처음에 회가 좀 적지 않나 했지만 먹다보니 회가 끊임없이 입에 들어온 것으로 보아 적지는 않나 보다.

테이블 위에 설탕, 겨자, 식초가 있다. 굳이 이들을 추가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식초 몇 방울로 새콤함을 살려주는 것도 좋았다.

 

만두도 맛있긴 하지만 존재감이 뿜뿜할 정도는 아니었다. 비빔냉면과 만두 조합은 정말 최고...

 

 

 

홍대 떡볶이 맛집 홍대씨부엉

홍대가 은근히 떡볶이 메카이다. 홍대에서 시작해 유명해진 곳도 많고. 홍대 떡볶이집을 검색하면 몇 군데로 추려지는데 씨부엉의 떡볶이 비주얼이 예사롭지 않다. 이런 곳은 기대보다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속는 셈 치고 가볼까 해서 씨부엉으로 왔다. 사실, 가게 이름을 아무 것도 모르고 봤을 때는 불호에 가까워서 내키지가 않았다. 씨(Sea)도 귀엽고 부엉(부엉이)도 귀여운데 둘을 합치니ㅋㅋㅋㅋㅋㅋ

 

이곳도 홍대놀이터와 매우 가깝다. 실내가 깔끔하고 군데 군데 부엉이 장식이 귀엽다.

 

메뉴판. 고기가 들어간 미트 볶이와 문어가 들어간 씨 볶이가 메인이고 매운 맛은 선택 가능하다. 튀김류도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던데 나는 미니크랩도 치킨도 좋아하지 않아서 패스.

 

오, 비주얼 훌륭. 조개는 메뉴판에 있던 건 아니고 홍합으로 나왔다. 보글보글 끓여서 2분 후에 쫄면부터 먹으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떡맥도 조합이 좋다. 하지만 난 패스~

 

설명대로 쫄면부터 건져냈다. 재료들은 이미 다 익혀나오고 그걸 한 번에 끓여서 먹으면 되는 것 같았다. 떡볶이에 쫄면 사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성이다. 쫄면이 떡볶이 국물을 잘 흡수해서 이것만 먹어도 참 맛있다.

씨부엉의 떡볶이 국물은 보통의 그것과는 결이 좀 다르다. 보통 국물이 달맵의 조화라면 씨부엉의 국물은 달맵에 해산물의 향과 맛이 더 있다. 10년도 전에 유행하던 해물떡찜과 비슷하다. 그래서 공기밥하고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줄곧 든다.

 

쫄면 다음 타자로 문어를 건졌다. 너무 익으면 질겨지니까. 이 이후에 사진이 없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그랬다. 떡이 익은 정도도 튀김들이 국물에 절여진 정도도 너무 좋았고 일단 떡볶이 국물 맛이 감칠 맛이 있고 유니크했다. 기대이상. 여기에 야채튀김까지 있었으면 더 좋겠다는 의견을 잠시 나눈 후 치즈볶음밥을 주문했다.

 

더블치즈는 과할 것 같아서 그냥 치즈볶음밥. 그래도 치즈 양이 적지 않다. 훌륭해 훌륭해.

 

밥을 다 먹어가는데도 치즈가 이렇게 잘 늘어난다. 이래야 내 치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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