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기 위해 서울을 떠난 8월 초, 나는 서울로 향했다. 목적지는 익선동. 

그랑서울에 주차를 하고 종각과 낙원상가 앞을 거쳐 익선동 한옥거리로 걸어갔다.

 

<살라댕방콕 지도>

 

원래 가려던 음식점이 휴가로 문을 닫는 바람에 익선동 골목을 배회했다.

더위 때문에 골목을 오래 돌아다닐 수 없던 중에, 한 음식점 앞에 대기줄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대기줄이 있는 곳은 피하려고 했으나 일단 줄이 짧았고 타이 음식을 한다는 것에 이끌려 얼른 줄을 섰다.

오픈 시간은 10분 정도 남아있었다.

골목은 좁고 그늘은 없으니 한여름에 이곳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양산을 꼭 준비하길 바란다.

 

줄을 선 후에야 알게된 사실인데, 이곳에는 살라댕방콕 외에 2개의 매장이 더 있다.

살라댕방콕의 고급 버전이라는 살라댕다이닝과, 휴양지에서나 봤던 풀장 카페 더 썸머가 그것이다.

사전 정보 없이 갔다가 그 안에 또다른 세계가 있는 것을 보고 감탄을 했다.

 

살라댕방콕 입구에 들어서면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오래된 한옥 건물을 태국이나 동남아 스타일의 소품들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는데 진짜 너무 예쁘다.

한 켠에는 이러한 티 테이블 장식이 있고,

 

반대편에는 라탄 조명이 걸려있다. 

사시사철 따뜻한 동남아 국가에 가면 식물들이 그렇게 초록초록하고 큼지막할 수가 없는데 그 분위기가 있다.

겨울에도 이 느낌이 날까?

아무리 더워도 여름에 오길 잘한 것 같다.

저 라탄 조명이 예뻐서 우리집에도 하나 들였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건물 입구 벽면에 수박주스 사진이 있었다.

살라댕방콕에서는 주문되지 않는 메뉴라고 해서 카페로 향했다가 이런 경관을 봤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그것도 사람 붐비기로 유명한 익선동에 풀 카페가 있을 줄이야.

 

카페에 음료를 주문해서 테이블로 가져오려고 했지만 그건 안 된다고 한다.

반드시 착석을 해야 한다고.

 

 

진짜 수영은 아니고 한옥 내 마당에 물을 채워 풀장 느낌을 냈다.

이 풀장을 중심으로 더 썸머 카페와 살라댕다이닝이 있다.

 

 

다시 살라댕방콕.

연식을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한옥의 낡고 오래된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실내는 다소 좁은 편이다. 

구석 자리에 앉으면 굳이 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모습도 있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3개의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은 한꺼번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 먹고 나면 또 다른 음식이 바로 나와서 중간에 쉬지 않아도 된다.

 

솔직히 사전에 모르고 가기도 했고 맛에 대해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여태 방문했던 타이 음식점들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맛있었다.

3개 메뉴 다 입맛에 잘 맞았고 맛있다고 감탄을 하면서 먹었다.

 

팟타이에 대해 아쉬운 점 하나가 있다.

음식을 받자 마자 국수 밑으로 숙주를 바로 넣었음에도 숙주의 숨이 전혀 죽지 않았다.

너무나 생생했던 것.

좀 살아있어도 살짝은 죽어야 숙주의 비린 맛이 덜한데 국수의 온기가 많이 사라진 상태라 그랬나보다.

그래서 면에 뒤섞었던 숙주들을 일일이 빼고 먹었다.

 

 

많이 듣기만 해봤던 멘보샤를 여기서 처음 접했다.

중식 요리인 줄로만 알았는데 태국에서도 흔히 먹는 음식인가? 잘 모르겠다.

식빵 사이에 새우와 고기를 넣은 것을 튀겨냈다.

이것을, 함께 나오는 메이플 시럽에 찍어서 먹으면 된다고 직원이 설명해준다.

 

멘보샤를 처음 한 입 베어물고는 천국의 문을 두드렸다.

모 방송에서 이연복 쉐프가 맛있는데 왜 안 팔리냐고 안타까워했던 장면이 비로소 이해가 갔다.

처음에는 바삭하고 그 다음에는 단 맛이 입 안 가득 퍼지고 속에 들어있는 재료의 육즙이 촉촉하게 배어나온다.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는 지 눈이 저절로 크게 떠진다.

하지만 느끼함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2개 반이 한계였다.

상큼한 메뉴와 함께 먹으면 더 많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럴 때 기가 막히게 나와준 태국식 냉면.

선뜻 기대가 가지 않았던 메뉴이지만 더위에 너무 시달렸던 터라 도전을 했다.

 

태국식 냉면에 대한 첫인상은, 오! 진짜 예쁘다!

상큼상큼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자랑하고 있는 듯한 비주얼이다.

정말 그 비주얼만큼 상큼하고 또 시원하다.

맛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다.

그 느낌은 향에서 오는 것 같았다. 플로럴 향이라고 해야하나?

시원한 음식이라 그 낯선 향기가 거북스럽지 않고 오히려 색다른 감칠맛을 준다.

색 맞추기 수준으로 얹어져 있는 고수와 함께 먹어도 참 좋았다.

 

 

한껏 배를 채우고 골목골목을 다녀본다.

덥지만 날이 맑아서 기분이 들뜬다.

 

 

아기자기함이 익선동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저마다 개성있게 꾸며놓은 모습이 재미있다.

하늘이 더 푸르러지고 덜 더운 가을에 한 번쯤 더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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