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우리 학교의 수학여행 코스는 경주와 설악산이었다. 2박3일밖에 되지 않았던 터라 이 두 곳만으로 꽉찬 일정을 소화해야 했는데 선생님의 큰 결심으로 낙산사와 낙산해수욕장까지 방문할 수 있었다. 난생 처음 가본 동해, 낙산사에서 바라보던 거대한 바다와 낙산해변에서 밀려온 파도로 인해 젖은 운동화가 추억으로 남았다. 이 아련한 감정 덕분에 속초를 가게 되면 낙산사에 다시 한 번 가봐야지 했던 것이 20년이나 걸렸다. 그 사이에 낙산사는 화마가 한 번 휩쓸고 가기도 했다. 두고 두고 생각해도 너무나 안타깝다.

 

주차 및 입구

낙산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경내 지도
의상대주차장

주차는 정문과 후문 양쪽 모두 가능하다. 언덕을 오르는 것이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후문쪽의 의상대주차장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의상대주차장이 그리 넓지 않은 탓에 기다란 차량 행렬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주차료는 4천원.

 

<의상대 주차장>

카카오맵에서는 낙산사주차장으로 검색된다. 정문에 있는 주차장은 낙산 주차장으로 나온다.

 

 

나는 굳이 차로 올라가지 않고 해변 근처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올라갔다. 오르는 길이 생각보다 가파르지 않고 거리도 짧아서 부담스럽지 않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동해바다 풍경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언덕을 오르면 바로 의상대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다보면 매표소가 나온다. 성인 요금 4천원이며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낙산사 둘러보기

매표소를 지나 경내로 들어오면 좌측으로는 의상기념관, 우측으로는 낙산다래헌이 나온다. 의상기념관에서는 의상대사에 관한 정보, 낙산사 화재 당시와 복원에 대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으며, 낙산다래헌에서는 기념품과 다과류 구매가 가능하다.

 

아래 이미지들은 의상기념관에서 볼 수 있는 사료와 정보들이다.

 


 

의상기념관을 나와 조금만 안쪽으로 가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뉘어진 갈래길이 나온다. 홍련암(관음굴)과 의상대가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의상대로 향하는 길에 바다를 바라보며 쉬어 가는 곳이라는 팻말이 있다. 낙산사를 거닐다보면 길의 의미를 설명하는 팻말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의상대

의상대는 의상대사가 낙산사 창건 시 좌선한 곳에 위치해 있는데, 이를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라고 한다. 주요 스팟마다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읽어보기 좋았다. 

 

의상대에서 보이는 홍련암

커다란 소나무, 바위, 거센 파도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홍련암은 의상대에서 더 들어간 곳에 있다. 

 

의상대를 오고가는 길목에 감로수가 있으니 한 번씩 맛보아도 좋을 것 같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서 다시 갈림길을 만났다. 이번에는 갈림길의 왼쪽으로 가본다. 목적지는 해수관음상이다.

 

낙산사 관음지

그 길에 연못-낙산사 관음지와 보타전이 있다. 소박한 연못이지만 연꽃이 피었을 때 오면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해 보일 것 같다. 연못 안에는 석상이 있는데 이곳에 소원을 담은 동전을 던지는 방문객들이 많다. 짧지 않은 거리라 골인을 하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성공을 한 흔적도 꽤 보인다.

연못 너머로 보타전이 보이는데 기도하는 분들이 많아서 촬영은 굳이 하지 않았다.

 

보타전을 바라보고 우측으로 가면 해수관음상으로 향하는 오르막이 있다. 전반적으로 계단이 거의 없고 경사가 완만해서 산책을 하는 기분이 든다. 걸어가며 보는 풍경도 너무 좋다.

 

해수관음상

해수관음상은 낙산사 경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있다. 엄청난 크기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해수관음상 주변은 저마다 소원을 적은 기와 혹은 촛불이 둘러싸고 있다. 종교 관련 관광지를 방문하면 왠지 모를 위압감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의 보살님은 소원을 들어주시는 분이라 그런지 마음이 편안해진다.

 

해수관음상 입구에 매점이 있어서 잠시 벤치에 앉아 목을 축였다. 이후에 있을 거한 점심식사를 위한 내 픽은 매실차! 집에서 엄마가 담근 매실액에 물을 타서 마실 때랑 맛이 똑같았다. 시중에 파는 매실음료는 아닌 것 같은 느낌?! 매점에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아이스크림도 판매하고 있었다.

 


 

관음상 뒤쪽에 원통보전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은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란다. 꿈 같은 것 없이 눈 앞에 닥친 일만 보며 살았는데. 급히 소원을 하나 만들어야 하나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 길의 입구는 계단이다. 계단 이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휠체어 길을 이용할 수 있었다. 

 

길 끝에 다다르니 높은 돌담이 눈에 띈다. 담장 밑으로는 소원을 비는 돌탑이 무수히 줄지어 있다. 

 

원통보전으로 들어가는 문
원통보전

기도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던 원통보전. 관세음보살님을 봉안한 곳이다. 지난 화마 속에서도 스님들이 불상을 지켜냈다는 설명이 있다. 올해도 속초에 산불이 크게 났는데 더이상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원통보전을 등지고 내려가면 자유롭게 올라가볼 수 있는 누각도 있고 무료로 차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서 건너뛰었다. 아쉬움이 있어야 또 온다는 여행의 진리를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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