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어느 가을, 자취를 하던 집에서 아빠와 티비를 보고 있었다.

프로그램 이름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기욤과 일행들이 캐나다로 가서 여행을 하는 것을 보고 지난 유럽 여행의 추억도 떠오르고 괜히 감성에 젖어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 우리도 유럽 갈까?

"그래, 가자~"

이 대화가 우리 가족 여행의 발단이었다.


그러고 난 뒤, 엄마랑 얘기를 해보셨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길래 무려 자유여행을 추진하게 되었다.


패키지를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보통 9박 10일 정도로 몇 개국을 도는 일정이라 고작 6박 정도만 가능한 우리 가족에게는 적합하지가 않았다.

아빠가 회사를 장기간 빠지는 것이 불가능하고, 다녀온 후 하루 정도는 쉬어야 하기에 최장 8일 정도가 한계였다.


그리고 자유여행도 괜찮겠다는 판단을 하게된 이유가 있다.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엄마아빠와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아빠 환갑 때 홍콩으로 여행을 갔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첫 해외여행이었고, 거의 10년~15년만의 가족여행이었다.

그때 나는 미리 좀 가고싶은 곳을 보시라고 홍콩관광청에서 책자를 받아다 드렸는데 역시나 보지 않고 오셨....으나

두 번째날, 홍콩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셨는지 아빠가 여기 가보자, 저기 가보자 적극적으로 앞장서셨다.

부모님과 여행을 할 때 나서서 여기저기 가보자고 끌어가는 게 제일 힘이 든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먼저 제안을 해주면 여행이 수월해지고...

게다가 여행에 만족하셨는지 빅토리아 피크에서 '왜 해외여행을 가는지 알겠다'고 아주 좋아하셨다.

이때의 경험 때문에 자유로 한 번 가보자 했다.


때마침 아시아나가 월에 1번씩 오즈드림페어라며 항공권 할인 이벤트도 하고 있었고...

이것을 놓칠 세라 가족여행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른들에게 유럽하면 가장 유명한 곳이 파리이므로 목적지는 파리로 정했다.






오즈드림페어에서 항공권을 눈여겨보다 첫 달은 그냥 보내고 두 번째 달 파리행 항공권을 검색했다.

지금이야 직항이 100만원 이하로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저때는 저 가격이 아주 아주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찾아볼 생각도 안 하고, 인아웃을 동일하게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예약을 했는데...


예약을 한 후 다른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아웃을 다른 곳으로 해도 비슷한 가격에 구매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배신감... 특가가 왜 특가인데...

항공사 사이트에서 직접 예매하는 거랑 타사 판매랑 차이가 없다면 프로모션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한동안 속을 썩었다.

뭐, 그 판매사가 매출에 타격을 덜 받기 위해 수수료를 낮췄던 것인지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때 너무나 억울해서 이후에 비행기를 예약할 때는 꼭 모든 예약사이트를 다 검색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유로스타 예약

파리만 보고 오기는 아까운 마음에 어른들에게 파리만큼 유명한 런던도 갔다 오기로 했다.

유로스타는 일찍 예매할 수록 저렴하다는 이야기에 제일 먼저 예매를 했다.


런던을 여행 초반에 갈 것인지, 후반에 갈 것인지 고민을 했는데

유로스타를 일요일에 예매하는 것과 수요일에 하는 게 요금 차이가 은근히 나서, 초반에 가는 것으로 선택을 했다.

근데 항공편이 파리-In이라 파리로 들어갔다가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으로 가는 거지 같은 일정ㅠㅠ

좀 잘 알아보고 할 걸 지금도 후회된다.





파리에서는 두 곳의 숙소에서 숙박을 했다.

첫날 도착했을 때에는 파리북역 근처의 호텔에서, 런던에서 돌아온 후에는 한인민박에서 했다.

파리북역 호텔에 관한 후기는 아래에 있다.


호텔로 가지 않고 한인민박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아무래도 가족 단위라 한 방을 이용하고 싶었고

두 번째는, 엄마가 음식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라 숙소에서 한 끼는 한국음식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내내 라면만 먹더라도)

사실 이 두 가지 이유가 결정적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유사시에 한국인 호스트의 도움을 받고 싶었고

네 번째는, 한인민박을 예약한 회사 계열에서 일하고 있는 지라 한인민박 서비스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원 할인을 받을 수 있던 것도 있다.


한인민박 중 어느 곳으로 선택할까에 대한 기준은 이 사이트 직원분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

추천한 이유는 이용후기가 좋았고, 해외지사 담당자도 이용해봤을 때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했기 때문이다.

숙소 이용후기는 다음 편에 적도록 하겠다.





그리고 런던 숙소를 예약을 했다.

런던에서도 한인민박을 이용하려 했으나 호텔로 예약을 했다.

런던에서의 일정이 짧고 파리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위치는 세인트 판크라스 기차역 주변이어야 했다.

그런데 주변에 한인민박이 마땅한 곳이 없었다.

가족 단위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객실과 전용 화장실이 필요했고, 기차역과 도보로 가깝게 다닐 만한 곳이어야 했으나 조건에 만족하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 트래블로지 호텔이란 것을 알게 됐다.

호텔 요금 비싼 런던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객실을 제공하는 호텔 체인이라는 설명을 보았다.

세인트 판크라스역 주변에는 트래블로지 호텔이 두 곳이 있는데

그 중에 역과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하여 트래블로지 사이트에 예약을 했다.

트래블로지 런던 센트럴 킹스크로스 지점에 대한 후기도 다음편에...





그냥 친구들끼리 가는 자유여행이었다면 갈 곳을 확실히 정해서 패스를 살 것인가를 결정했겠으나

몇 번의 번민을 거듭한 끝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것이라 일단 패스를 사고 패스에 포함된 관광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패스가 있으면 우선입장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을 산 것은 잘한 일이었다.


파리 뮤지엄 패스와 바또무슈 탑승권은 택배 배달이 가능하여 회사에서 받았고

런던패스는 런던 사무실에 가서 받아야 했다.


<런던패스 수령하는 곳 - 레스터 스퀘어역>


런던패스 사무실을 일단 가면 이후의 일정을 세우기가 아주 수월하다.

내셔널갤러리, 트라팔가광장, 버킹엄궁전, 화이트홀 가든, 웨스트민스터 사원, 빅벤 등

런던에서 내로라하는 명소들이 다 도보 가능한 곳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레스터 스퀘어는 주변에 먹을 곳이 많아 여러모로 편리하다.

한식당도 근처에 있다 - 식당이름: Yori.





환전은 두번에 걸쳐서 했다. 서울역 우리은행과 인터넷 환전 이용.

웬만하면 카드로 결제할 생각으로 넉넉하지는 않은 금액을 들고 갔는데, 너무 적게 환전을 했다면 큰일날뻔했다.

왜냐하면 카드해킹을 당했기 때문에...


인터넷 환전을 하면서는 여행자보험 가입 서비스를 포함시켰다.

나머지 가족은 공항에서 여행자보험에 가입을 시켰는데 미리 할 걸 완전 후회했다.

보험료가 12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에...ㅠㅠㅠㅠㅠㅠㅠ

이런 것도 챙겼어야 했는데 내 발등을 내가 찍습니다... 자유여행은 힘들어요....





패스는 무엇을 사야할지, 어디로 갈 것인지, 패스가 이득인지 고민했던 흔적들...

이렇게 나 혼자 고생을 했음에도 일정을 치밀하게 짜지 않았던 건 희대의 오판이었다.

관광지에 대한 공부도 세밀하게 하고 올 것을...

나도 초행길이건만 부모님은 내가 현지 가이드이길 기대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우역곡절 끝에 파리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했다.

출국도 쉽지 않았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30분이나 기다렸는데 55센티미터 이상의 짐은 싣지 못한다며 버스가 휭하니 가버린 것.

아니, 그런 정책이 생겼으면 정류장에 안내라도 해주지...

에라 모르겠다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갔다. 택시요금 5만원으로 퉁침. 아빠는 바가지라고 투덜투덜..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편하게 갔으니 잘 됐다고 생각한다.

캐리어가 28인치 이랬으면 택시 한 대도 모자랐을텐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버스를 탔으면 1시간 걸릴 거리를 택시를 타니 30분이면 간다.

덕분에 체크인카운터를 맨 앞에서 기다렸고, 담당 직원분이 비상구 좌석으로 배정해주셨다.

원래 앞자리로 좌석지정을 해갔는데 부모님 모식고 가는 게 보여서 그런가 좌석을 바꿔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엄마아빠가 장거리 비행이 처음이었는데 그 직원 덕분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파리로 갈 수 있었다. 정말 정말 감사드린다.


기내식으로 나온 불고기 쌈밥

기내식은 아시아나가 정말 맛있는 것 같다.

비빔밥도 아시아나 것이 젤 나은 듯.





파리에 도착.

공항에서도 엄청 헤매다가 간신히 지하철 타는 곳으로 왔는데 발권기를 사용을 못하겠다.

버벅대다가 창구로 가서 카드로 사려 했는데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옴...

카드 비밀번호를 눌러도 안 되고 아주 당황..

현금으로 구입하고 지하철을 타고 파리 북역으로 가는데 이 지하철의 악명을 듣긴 했지만 내 눈으로 볼 줄이야.

젊은이들이 랩을 하고 난리가 났다.

그냥 무시하고 감. 올 때는 르와시 버스 탐.

파리북역으로 가는 일정이 아니면 그냥 버스 타세요.






파리북역이 악명이 높다고 부모님들께 신신당부.

(그런데 내 말은 귓등으로 들었던 건지 나중에 민박집 호스트분이 말씀하실 때에만 아아~ 하는 표정.. 흑...ㅠㅠ)

그런데 그렇게 위험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나중에 다른 여행지를 다니면서도 느꼈는데 비수기라 그런지 소매치기라든지 그런 위험은 없었던 편.


미리 예약을 해뒀던 아파이아 라파예트 호텔

북역에서 도보 5분 거리

근처에 마트가 있고 맞은 편에는 아시안 음식점이 있다.


호텔을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평준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인 호텔과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이곳으로 정했는데 위치나 객실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었다.

결정 자체는 잘했지만...


<파리북역 근처 아파이아 라 파예트 호텔>


와이파이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리셉션에 요청하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준다.

체크인 할 때 미리 택스를 지불하는데 나는 카드로 결제를 했다.


아, 그런데 이때 해킹을 당한 건지 다음날 79유로가 떡하니 빠져나갔다는 문자가 온 것이다. 나는 런던에 있는데.

내가 금액을 잘못 본 건지 어쩐건지 완전 패닉 상태로 잠 한 숨 못자고 밤을 꼬박 새웠다.

인터넷에 물어보니 이런 경험이 흔치 않게 있는 건지 해킹을 당한 것이라 하길래 우선 카드를 정지시켰다.

이후부터는 엄카 카드 사용.

엄마보고 혹시 모르니 해외 사용 가능한 카드를 만들어놓으라 했는데 안 그랬으면 큰일날뻔..

한국에 돌아와서 고객센터에 문의를 하니 카드사에서 알아서 알아본다고 하여 3개월 정도 기다렸다.

중간에 연락도 취해주고 친절히 해주셔서 마음이 많이 놓였다.

그리고 그 금액은 결제되지 않았다. 어휴...ㅠㅠㅠㅠㅠㅠ

이때의 경험 이후로 자유여행에 겁이 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파리에 안 좋은 인상도 남게 되고...

호텔 자체는 괜찮았는데 여행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터라 예약사이트에 후기 잔뜩 남기고 그랬다.

지금도 또 얘기하고 있고...


그리고 호텔 맞은 편에 있는 아시안 식당은 음식 몇 개 고르면 접시에 담아주고 그램수로 가격을 매긴다.

맛은 별로... 주변에 엄마아빠 모시고 가기 마땅한 곳이 없어서 들어갔는데 비추를 날린다.





호텔 객실 사진

객실은 작은 편. 침대도 작다.

그래도 잠만 자기에 나쁘지 않다.

객실이 깨끗한 편이고 실내도 모던하게 꾸며져있고 북역에서는 약간 떨어져있어서 조용하다.










욕실도 작긴 하지만 이만하면 괜찮은 컨디션이라 생각한다.





옷장도 화장대도 있고

다 괜찮은데!! 왜!! 그런 일이 생겨서는.. ㅠㅠ


각설하고,

이 여행에 대해 몇 가지 정보를 더 적어보면.


1. 3월의 런던과 파리는 매우 춥다. 현지 사람들은 그냥 코드만 입고 다니기도 하던데 추위를 많이 탄다면 패딩을 입는 것이 좋다.

엄마는 구스 다운을 입고 갔고, 나는 코트랑 안에 단열 잘 되는 후리스를 입었는데도 너무나 추워서 엄마의 경량 패딩과 목도리까지 둘렀다.

한겨울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2월 날씨 생각하고 옷을 준비하면 될 것이다.


2. 3월에 여행을 한다면 3월 말쯤이 좋다. 최대한 3월 중반 이후로...

그때부터 꽃이 펴서 공원이나 풍경이 아주 예쁘다.

그리고 그때는 아직 비수기라 관광객이 그다지 많지 않고 거리도 안전한 편이다.


3.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여행인데, 영어도 못하는데다 본인도 초행길이라면 패키지를 이용하는 걸로...

이런 저런 일을 겪었음에도 부모님과 자유여행은 추천할만하다고 생각하지만, 서로가 편하려면 패키지가 낫긴 하다.

그리고 사전에 부모님의 건강을 잘 챙겨야 함.

아주 힘드니까 건강 관리 잘하시라 백만번 얘기했는데 감기에 걸려 오셔서 여행 내내 힘들어하셨다.

그러니 이 여행이 좋을 리 없으셨을 듯. 아 슬프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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